화웨이 악몽 재현? 전 세계 통신장비 보안시끌

미-중간 네트워크 장비 보안 문제 논란 확산
美 ICT 업계 잇따라 정부에 항의
국내서도 외산장비 보안성 문제 도마위
올해 10월부터 공공 장비 보안적합성 의무화 시행
  • 등록 2014-05-26 오전 12:32:09

    수정 2014-05-26 오전 7:22:09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미국과 중국 간 외교전으로까지 비화됐던 네트워크 장비 보안 문제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중국 네트워크 장비 불매 권고로 시작된 이번 갈등은 미국 중앙정보국(CIA) 및 국가안보국(NSA)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무차별적인 미국의 도·감청 사실을 폭로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관련 내용은 영국 기자에 의해 책자로까지 발간됐다. 이에 따라 미국 대통령과 의회에 대한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항의가 잇따랐다. 전 세계 네트워크 장비 시장 1위 기업인 시스코까지 NSA의 무분별한 정보감시를 규탄했다. 국내에서도 LG유플러스(032640)가 중국 화웨이의 LTE 기지국 장비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외산장비의 보안성 문제가 논란이 됐다.

네트워크 장비 운영 모습. 대영도서관 사진.
지난 19일부터 21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시스코 라이브 2014’ 콘퍼런스 현장에서 존 챔버스 시스코 회장은 미국 NSA의 네트워크망 감시 활동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고객이 감시장치가 설치된 제품을 받을수 있다는 것은 고객과 시스코간에 형성된 신뢰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믿지만, 미국 정부의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챔버스 회장은 앞서 18일(현지시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앞으로 NSA의 감청 활동 자제를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챔버스 회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NSA가 자사 장비에 감청 프로그램(백도어)을심어 해외 고객에게 공급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진 않았다. 하지만, 백악관에 항의 서한까지 발송한 것을 보면 스노든의 폭로와 영국 글렌 그린월드 기자가 쓴 책 ‘노 플레이스 투 하이드(No place to hide)’의 내용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시스코는 그동안 자사 장비가 미국 정부의 도·감청에 이용되고 있다는 주장을 전면 부인해 왔다.

네트워크 장비의 보안성 문제는 지난 2012년 미국 의회가 작성한 보고서에서 시작됐다. 당시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는 중국 화웨이와 ZTE의 네트워크 장비가 미국 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으니 이들 장비의 구매 자제를 권고했다. 이 같은 미국 측 공격에 중국도 미국 네트워크 장비를 자국 장비로 교체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지난해 스노든의 폭로로 미국 정부의 무분별한 도·감청과 통신기록 수집 행위가 논란이 됐다. 이에 따라 애플,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마이크로소프트(MS), AOL, 야후, 링크드인은 ‘정부감시활동개혁그룹’을 결성하고 미국 정부의 감청 활동에 대한 개혁을 요구했다.

국내에서도 LG유플러스가 지난해 2.6GHz 광대역 LTE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지국 장비로 화웨이 장비를 선정하면서 보안 문제가 논란이 됐다. 국가정보원은 이에 따라 올해부터 네트워크 장비 보안적합성 검증제도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이 도입하는 라우터, 스위치(L3 이상), 인터넷전화(IP)교환기 등은 올해 10월부터 보안적합성 검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제도는 사실상 제품 핵심 기술인 소스코드까지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해외기업들이 반발하고 있다. 일부 국내 기업들도 공공시장 진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 제도 정착에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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