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현대건설 M&A 파행]②불신의 저주

  • 등록 2011-02-08 오전 9:20:05

    수정 2011-02-08 오전 9:20:05

마켓in | 이 기사는 02월 07일 12시 56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대출계약서 요구 타당, 시기는 문제"

나티시스은행 예치금에 대해 큰 하자가 없는 것으로 결론내렸던 현대건설(000720) 채권단의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것은 우선협상자 발표 다음날부터였다. 채권단 일원이자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정책금융공사와 우리은행이 금융당국과 만난 자리에서 "다시한번 챙겨봐야하지 않겠나" 의견이 오고간 것이 시발점이었다. 이후 언론 보도가 봇물을 이뤘고, 현대차(005380)그룹과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논란은 확산됐다. 우여곡절 끝에 채권단과 현대그룹은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이는 또다른 문제의 시작에 불과했다.

11월 29일 체결한 양해각서(MOU) 제13조 제7항에는 `추가 해명 및 관련서류 제출을 합리적 범위내에서 요청하는 경우 현대그룹은 성실히 응해야한다`는 조항이 새로 추가됐다. 이 조항에 포함된 `합리`와 `성실`이란 단어는 이후 법정에서도 양측간 공방의 핵심이었다. 그리고 `합리`와 `성실`을 판단할 기준은 채권단이 요구한 `대출계약서`와 현대그룹이 제출한 `대출확인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로 모아졌다.

전문가들에게도 이를 물어봤다. `채권단의 대출계약서 요구가 합리적이었나`란 질문에 4명은 `그렇다고 답했고, 5명은 `합리적이나 사전합의 여부가 관건`이라는 중립적의견을 제시했다. `합리적이지 않다`는 의견은 1명이었다. 중립적 의견이 다수였던 것은 막판까지 입찰서류상 대출계약서 제출 의무가 포함됐는지에 대한 혼란과 다툼이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넓게 보면 9명이 대출계약서 요구 자체는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대출계약서 요구의 시기는 문제였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는 `자금출처 의혹을 이유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고 양해각서를 해지한 것은 바람직했나`란 질문에서 나타났다. 이 질문에서 응답자중 5명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전에 요구했어야 할 문제이며,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답을 보였다. `바람직했다`는 의견은 2명에 불과했다. "현대그룹 답변, 의혹해소 불충분"

현대그룹(현대상선(011200))은 채권단이 요구한 `대출계약서` 대신 12월 3일, 14일, 17일 등 세 차례에 걸쳐 `대출확인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사흘 뒤인 12월 20일 채권단회의 결과, 현대그룹 계열인 현대증권(003450)(1.47%)을 제외한 외환은행과 정책금융공사 등 나머지 채권단(98.53%) 전원 찬성으로 양해각서 해지 안건이 통과됐다. 양해각서 해지 이유는 `현대그룹의 서류 미흡`이었다.

이와관련 `현대그룹이 대출계약서 대신 대출확인서를 제출한 것은 성실했나`란 질문을 던진 결과, `불성실했다`는 답변이 7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반대의 경우는 2명에 불과했다. 한 회계법인 임원은 "대출계약서에 비밀유지 조항이 있더라도 관계기관 제출은 규정 위배로 볼 수 없고 계약서를 제출하는 것이 타당했다"는 의견을 냈고, 증권사 IB본부장은 "큰 금액의 거래에서 계약의 조건, 옵션 등의 여부에 따라 차입자의 부담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계약서 검토가 필수적이었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앞서 채권단의 잘못을 강하게 언급한 IB전문가들이 현대그룹의 자금증빙 수준에 대해서는 의혹을 불식시키기에 충분치 못했다는 의견을 다수 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채권단의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현대그룹의 자료제출이 충분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법원의 결정과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2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2호 마켓in은 2011년 2월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81, bond@edaily.co.kr]

▶ 관련기사 ◀ ☞[마켓in][현대건설 M&A 파행]①자본시장 열병을 앓다 ☞[특징주]현대건설, 목표가 상향 러시에 강세 ☞현대건설, 해외 시장 경쟁력 돋보여..`목표가↑`-JP모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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