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벌어진 총격전…“경찰이 날 방해” 결국 1명 사망 [그해 오늘]

사상 최악의 민간인 사재 총기 난사 사건
‘오패산 터널 총격사건’의 시작은 망상
전과 9범 성병대, 생활고에 경찰에 대한 불만 품어
인사 받지 않은 이웃에 대한 경멸 더해져 저질렀다
  • 등록 2024-10-24 오전 12:01:02

    수정 2024-10-24 오전 6:29:13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2016년 10월 24일 서울 강북경찰서에는 사제 총으로 경찰관을 살해한 ‘오패산터널 총격사건’의 용의자 성병대(당시 46세·남)를 조사 중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성병대는 이날 같은 건물에 사는 이모(당시 67세·남)씨와 계량기 사용 등을 놓고 마찰을 빚다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그는 이 씨를 죽이기로 계획을 세우면서 이 과정에서 경찰과의 총격전도 염두에 뒀던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 과정에서 경찰관 1명이 숨지고 민간인 2명이 부상을 당했다. 퇴근 시간에 벌어진 대한민국 사상 최악의 민간인 총기 난사 사건인 ‘오패산터널 총격사건’의 시작은 이러했다.

◆ 전과 9범 성병대 “경찰이 나를 방해해” 망상

성병대는 특수강간 등 전과 9범이었다. 2003년 그가 오토바이 수리공으로 일하며 청소년을 성폭행해 징역 5년을 선고받았는데 당시 그는 이미 특수강간죄로 집행유예 중이었다. 이에 유예받은 징역 2년 6개월형까지 합쳐 총 7년 6개월형을 다시 선고 받고 전자발찌를 차게 됐다.

이와 함께 성병대는 앞서 저지른 특수강간죄를 부인하며 피해자를 무고죄와 위증죄 등으로 고소했다가 역으로 무고죄로 기소돼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그가 이 모든 형을 살고 출소한 때는 2012년이었다.

성병대는 출소 후 뚜렷한 소득원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4년 12월 떡집 3곳에서 시간제로 근무하는 일자리를 얻었지만 근무 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만뒀고, 본인 돈이 아닌 대출을 받아 증권투자를 시도했으나 수익을 내는 데 실패했다.

잇따른 실패로 극심한 생활고 등을 겪게 되자 성병대는 ‘성폭력 범죄를 수사했던 경찰이 배후에서 조직적으로 자신의 일을 방해하고 있다’는 망상에 빠져 경찰에 대한 원망을 품게 됐다.

여기에 부동산 중개인 이 씨와의 불화는 사건의 도화선이 됐다. 성병대는 자신의 옆방에 살던 이 씨가 자신의 임차계약을 알선한 부동산 중개인으로 오해해 인사를 청했다. 그러나 성병대와 일면식이 없던 이 씨는 그의 인사를 받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해당 부동산에서 이 씨는 일하게 됐지만 그 시기는 성병대가 임차계약을 맺은 이후였기에 이 씨는 성병대를 알지 못했다. 성병대는 이 일을 계기로 이 씨로부터 경멸을 당했다고 생각해 강한 불쾌감을 느끼게 됐다.

이후 2015년 7월 전기계량기 설치 등의 문제로 이 씨와 말다툼을 벌이며 성병대의 분노는 더욱 짙어졌다.

성병대의 망상은 이 씨가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경찰관들과 한통속이며 ‘비밀경찰’일지 모른다는 데에 도달했다. 사건이 벌어지기 이틀 전 성병대는 이 씨가 ‘비밀경찰’인지 알아보고자 술자리를 제안했으나 이 씨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며 거절했고 성병대는 이 일로 이 씨를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 퇴근 시간 벌어진 총격전, 경찰관

사건 당일인 2016년 10월 19일 오후 6시 30분쯤 서울 강북구 번동 이 씨가 일하는 부동산으로 찾아간 성병대는 이 씨와 말다툼을 벌였다. 이 씨가 사무실 문을 열고 나섰고 뒤따라오던 성 씨가 갑자기 사제 총을 꺼내 이 씨를 향해 쐈다. 놀란 이 씨가 달아나다 넘어지자 성병대는 둔기로 이 씨의 머리를 여러 차례 내리쳤다.

당시 112에는 “총성이 들린다”, “사람이 피투성이다”, “끊어진 전자발찌가 있다” 등 신고가 빗발쳤다.

이후 성병대는 오패산터널 옆 언덕 위로 도망쳤고, 당시 번동파출소 김 경위(당시 54세)가 제일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성 씨는 풀숲에 숨어 있다 김 경위가 순찰차에서 내리던 순간 그를 향해 총을 쏘고 달아났다. 당시 단순 폭력 신고로 접수된 터라 방탄복을 입지 않고 출동한 김 경위는 왼쪽 어깨에 총알을 맞아 쓰러진 뒤 사망하고 말았다.

곧이어 도착한 경찰관 2명이 성병대를 향해 공포탄 1발, 실탄 3발을 쐈고 총격전이 이어졌다. 당시 퇴근 시간이던 오패산터널에는 오가는 차량이 많았기에 시민들은 이 장면을 고스란히 목격했다.

총격전 도중 성병대는 팔에 부상을 입고 근처 건물 옥상으로 도망쳤으나 곧 붙잡혔다. 주변 시민들이 경찰관에게 성병대의 도주로를 알려주고 그를 제압할 때 함께 힘을 보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시민들도 피해를 입었다. 성병대를 제압하려다 둔기 가격으로 인한 부상을 당한 시민 1명과, 또 다른 시민 1명이 총에 맞아 부상을 입은 것. 3명의 사상자를 낸 총격전은 그렇게 끝이 났다.

당시 성병대의 차량에서는 사제 총 16정과 흉기 7개가 발견됐다. 수개월동안 인터넷에서 총기 제작법 등을 보고 총을 만들었으며 방탄복을 입고 있었던 것으로도 나타났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이 씨에 대한 공격으로 인해 경찰이 출동할 것을 예상했다. 경찰이 출동하면 총격전을 한 뒤 자살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성병대는 구속영장 발부를 위한 영장실질심사 전 ‘숨진 경찰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느냐’는 물음에 “사인에 의문이 있다”며 “저를 평생 감옥에 살게 하려고 (총에 맞은) 경찰이 독살됐을 가능성이 있다” 등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 등 성병대의 이상 발언과 자신의 페이스북 등에 경찰을 원망하는 글들을 게시한 점을 감안했을 때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봤다.

그러나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성병대가 ‘유죄’라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재판부는 “이와 같은 살인 범행은 그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없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후 항소심과 대법원도 원심의 손을 들어 성병대에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해당 사건 한 달 후 강원도 고성군에 있는 죽황파출소에서도 엽총 난사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 두 사건 이후 지구대와 파출소, 기동 순찰대의 외근 경찰들에게 총기와 테이저건을 모두 소지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이 정립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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