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유한양행(000100)의 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국산 항암제 중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문턱을 넘은 가운데 차세대 렉라자가 될 가장 유력한 후보물질에 관심이 쏠린다. 제약업계는 유한양행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YH32367’이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 산쿄가 공동개발한 ‘엔허투’를 뛰어넘을 차세대 렉라자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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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이데일리 취재 결과 유한양행은 최근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YH32367의 임상 1·2상 용량증량 시험에서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했다. 간독성 등 부작용 이슈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용량 증량에 따른 유효성도 확인됐다. 특히 YH32367은 동물시험에서 확인한 안전성을 임상시험에서도 입증했다. 최대 용량치까지 올린 고용량군에서도 안전성 이슈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YH32367은 전임상에서 대조 항체 대비 우수한 항암 효과를 보였다. HER2 발현이 낮은 암세포에서도 경쟁 약물 대비 효력이 확인됐다. 유한양행은 지난해부터 한국과 호주에서 YH32367의 임상 1·2상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용량증량 임상인 파트1을 마무리했고 용량확장 임상인 파트2 진입을 앞두고 있다. 회사는 파트1에 대한 임상 결과를 내년 열리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나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오세웅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은 최근 프로젠이 주관한 산학연 심포지움에서 “3mg/kg을 투여하거나 고용량인 30mg/kg을 투여해도 양호한 안전성 프로파일이 일정하게 나타난 점이 고무적”이라며 “내년쯤 유효성 데이터를 공개하려는데 이 부분에도 재밌는 포인트가 있다”고 말했다.
YH32367은 고형암에 집중해 유방암·위암·담도암 등 다수의 사람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2 음성(HER2) 발현 암에서 기존 항암 치료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하고 있다. 현재 이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치료제는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 산쿄가 공동개발한 항체·약물접합체(ADC) ‘엔허투’가 꼽힌다.
엔허투는 최근 FDA로부터 ‘암종불문’ 고형암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이는 모든 HER2 양성 고형암 치료제로 쓸 수 있다는 의미로 HER2 기반 치료제 중 사실상 최고의 ADC 치료제임을 입증한 것이다. 엔허투의 연 매출은 약 3조4000억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연매출 1조원 이상의 신약)다.
유한양행은 YH32367가 3가지 측면에서 엔허투를 앞설 치료제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안전성과 높은 반감기, 병용 투여 시 강력한 효능 등이다.
유한양행이 가장 큰 기대를 거는 부분은 안전성이다. ADC 대비 면역 관련 부작용 이슈가 발생할 확률이 적다는 것이다. 엔허투로 대표되는 ADC 약물은 암세포에 특이적인 항체에 세포독성이 강한 화학화합물 ‘페이로드’와 암세포 특이적인 ‘항체’를 ‘링커’를 통해 접합한 의약품이다. 기존 치료제에 비해 암세포를 더 잘 찾아서 제거하는 정밀 유도탄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ADC는 항체를 활용하므로 면역 관련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항체 약물을 투약할 시 인체 면역체계가 이물질이 들어온 것으로 인식해 면역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41BB를 통한 약효의 장기지속도 YH32367의 장점이다. 마우스 모델에서 약효가 투약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도 높게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은 다른 약물과 병용 투여를 했을 때 높은 효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HER2 저발현 종양 마우스 실험에서 YH32367을 항 PD-1 면역항암제와 병용투여한 결과, PD-1 단독 또는 HER2 ADC를 능가하는 시너지 효과를 확인했다.
오 소장은 “엔허투가 워낙 강력한 경쟁 약물이라 어떤 부분에서 우리 약물이 경쟁력을 확보할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라며 “그런 점에서 우리 약물은 ADC 대비 안전하다는 점, 41BB를 통한 롱텀(long-term) 반응을 기대한다는 점, 단독으로도 효능이 있으나 병용 시 더 강력한 효능을 보인다는 점이 경쟁력이라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