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 정상이 18일 미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회담을 열고 경제·안보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3국 협의체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구체화한 ‘캠프 데이비드 원칙’, ‘캠프 데이비드 정신’,‘3자 협의에 대한 공약’ 등 3건의 문서도 채택했다. 대통령부터 장관급에 이르기까지 외교·안보·경제·보건 분야 등에서 9개의 협의체를 구성, 상시 대화 체제를 가동함으로써 정권 교체 등 유동적인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각 레벨에서 안정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을 제도화한 셈이다.
3국은 공급망 연대와 미래 핵심 신기술 개발 등 경제분야에서의 협력뿐 아니라 미일 동맹(1951년), 한미 동맹(1953년)이라는 개별적 관계를 통해 작동하던 안보 협력의 틀을 다자간 포괄적 협력체로 확장함으로써 유례없는 강력한 경제·안보 블록을 형성하게 됐다. 글로벌 질서가 신냉전 대결구도로 치닫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규모의 3분의 1(32%)을 차지하는 3국이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 협의체를 구축한 건 동북아, 인도·태평양을 넘어 글로벌 차원에서도 의미있는 일이다.
주목할 것은 한미일 3국 협력의 약한 고리였던 한일 관계를 한국이 주도권을 갖고 돌파해 풀어냈다는 점이다. 워싱턴포스트가 회담에 앞서 보도한 것처럼 강제징용 해법을 제시한 윤석열 대통령의 과감한 결단이 파탄 직전의 한일 관계 복원에 이어 이번 한미일 3국 협의체를 구축하는 단초가 됐다. 한국으로선 이를 통해 경제·안보 분야의 확실한 안전판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명실상부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일본의 대등한 파트너로 인식됨으로써 국가적 위상을 끌어올리는 계기도 됐다.
다만 이번 자유민주협의체 출범의 반작용으로 위기감을 느낀 북한·중국·러시아 간 군사협력이 가속화될 공산이 커졌다. 이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것은 물론 특히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중국의 견제와 압박을 완화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한일 관계는 과거사 문제 등에서 갈등의 불씨가 잠재돼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양국 관계의 진전을 바라지 않는 정치 세력이 언제든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흠집내기에 휘말리지 않도록 더욱 면밀한 상황관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