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에 주주들 '부글'…주총서 표대결 벌어지나

인적분할 코스피 상장사 과반 주가 '뚝'
동국제강 9%, OCI 6%대 하락
대주주 지배력 확대 수단 변질 우려↑
주총서 인적분할 안건 통과 관건
  • 등록 2022-12-15 오전 12:02:00

    수정 2022-12-15 오전 10:55:45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올해 인적분할을 결정한 코스피 상장사의 과반이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인정되는 기업분할 방식으로 통상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만, 최근에는 대주주의 지분 확대 목적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악재로 인식되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비관적 시선이 확산하면서 인적분할 안건 통과를 위한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출처=마켓포인트, 단위:원
1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인적분할을 결정한 코스피 상장사는 9곳으로 이 가운데 7곳이 공시 다음 날 주가가 하락했다. 주가가 가장 많이 하락한 곳은 동국제강(001230)이었다. 동국제강은 인적분할 공시 당일인 지난 9일 1만3450원에서 다음 거래일인 12일 1만2150원으로 9.7% 내렸다.

뒤이어 한화솔루션(009830)이 지난 23일 인적분할 공시를 낸 당일 4만9700원에서 다음 날 4만6350원으로 6.7% 떨어졌다. 지난달에 인적분할을 공시한 OCI(010060)이수화학(005950)은 각각 6.0%, 4.8% 하락했다. 이외에도 현대그린푸드(005440) 4.4%, 현대백화점(069960) 3.8%, 대한제강(084010) 3.8% 등의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유니드(014830)는 지난 5월 인적분할 공시 다음 날 주가가 변동이 없었으며, 코오롱글로벌(003070)은 7.2% 상승했다.

그동안 인적분할은 주식 시장에서 물적분할과 비교해 긍정적으로 방안으로 받아들여졌다. 인적분할의 경우 물적분할과 달리 기존 주주들이 지분 가치가 그대로 인정돼 분할 신설회사의 상장 후 지분가치 희석 문제가 발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물적분할은 기존 회사가 분할 신설회사의 지분을 100% 갖는 형태인 반면, 인적분할은 주주들이 기존 회사의 지분을 20% 갖고 있다면 신설회사의 지분도 20%를 갖는 구조가 유지된다. 이에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 희석 논란 없이 회사를 분할해 전문성을 키워 기업 가치가 개선되는 방안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최근 인적분할을 결정한 업체 전반의 주가가 약세를 보인 건 사업가치 제고보다 대주주 지분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크다는 판단이 대두했기 때문이다. 실제 동국제강의 경우 분할 후 지주회사인 동국홀딩스가 분할신설회사인 동국제강(열연사업), 동국씨엠(냉연사업) 등에 대해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동국홀딩스에 분할신설회사의 보유 주식을 현물출자하는 대신 동국홀딩스가 발행한 신주를 받는 구조로, 총수일가가 분할신설회사의 지분을 내주고 동국홀딩스의 신주를 확보해 지배력을 키울 수 있다.

OCI도 비슷한 회사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꺼냈다. OCI홀딩스가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분할신설회사인 OCI 주식을 현물출자 받고, 분할존속회사인 OCI홀딩스의 보통주를 신주로 발행해 부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역시 최대주주의 지배력 확대와 무관치 않다는 게 시장의 시선이다.

소액 주주들도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인적분할을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에 일각에선 인적분할 안건 통과를 위한 주주 총회에서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인적분할 안건이 주총에서 통과하려면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출석주주의 3분의 2가 동의해야 한다. 내년 기업분할을 위한 주주총회가 본격 개최되는 동국제강, OCI 등 다수 기업의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표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인적분할이 기업 주가에 긍정적으로 미칠 수 있는지 여부는 분할된 기업의 성장성에 달렸다고 판단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적분할이 물적분할보다 기존 주주에 유리하다고 판단되지만 사업 전망에 의구심을 갖는 주주들이 많아지면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며 “인적분할 자체는 자금 조달을 확대해 회사를 키우려는 목적이 있는데, 전망이 밝지 않으면 가치가 높아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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