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경영 악순환 끊자]비리·빚더미 공기업…경영평가 등급 상향 '역주행'

부채 늘었는데 경영평가등급 상향 '역주행' 잦아
경영평가 D→A등급 오른 뒤 방만경영 대거 적발
올해 경영평가 재무 및 복리후생 관리 배점 축소 뒷걸음질
  • 등록 2016-04-26 오전 6:06:06

    수정 2016-04-26 오후 3:10:18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은 1년에 한차례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경영실적 평가’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주무부처는 기획재정부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통해 매겨진 등급에 따라 기관장과 임직원 성과급을 차등 지급한다. 평가 결과가 우수한 기관은 장관 표창을, 부진기관은 임면권자에게 기관장·상임이사 해임을 요구할 수 있다. 경영평가 시즌이 되면 전 공공기관에 비상이 걸리는 이유다. 문제는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고, 정책적 요구에 따라 평가기준이 수시로 바뀐다는 점이다.

부채 늘었는데 평가등급 상향 ‘역주행’도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지난해 정부의 2014년도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 ‘A(우수)’ 등급을 받았다. 1년 전 ‘D(미흡)’ 등급에서 세 계단이나 뛰어오른 것이다. 그러나 곧 뒤탈이 났다. 이 회사의 방만 경영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며 경영 평가의 신뢰도에도 금이 갔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직원의 공금 횡령, 명예 퇴직금 과다 지급,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연차 저축 제도(못 쓴 연차휴가를 적립했다가 나중에 쓰도록 한 제도) 등 방만한 운용 실태가 2014년 12월 감사원 감사에서 대거 적발됐다. 이듬해 1월에는 아파트 하자 보수 업체로부터 금품·향응을 받은 혐의로 직원이 구속 기소됐다.

빚이 늘거나 그대로인데 평가 등급은 올라간 ‘역주행’ 사례도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2013년 25조 9000억원이었던 부채가 이듬해 26조 5000억원으로 6000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경영 평가 등급은 ‘B’에서 ‘A’로 올랐다. 4대강 사업비를 떠안은 한국수자원공사는 2014년 부채가 13조 5000억원에 달했다. 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마찬가지로 기관 등급이 ‘B’에서 ‘A’로 상향돼 부실 평가 논란을 불렀다.

평가기준 강화·점검시스템 근본 개선해야

이처럼 정부 감시망을 피해 가는 방만경영과 소홀한 부채 관리의 적폐를 뿌리 뽑으려면 기존 공공기관 관리·평가 제도를 강화하는 한편 점검 시스템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반대로 가고 있다. 올해 시행하는 ‘2015년도 공공기관 경영 평가 기준’을 보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재무예산관리 및 성과’ 지표 배점은 총 6점(비계량)으로, 1년 전(9점)보다 오히려 3점 낮아졌다. ‘보수 및 복리후생 관리’ 지표(비계량 9점) 안에도 ‘임금피크제 운영의 적절성’(2점) 항목을 새로 추가하면서 상대적으로 방만경영 부문의 평가 비중이 줄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혁신 노력을 평가할 지표를 새로 만들면서 다른 분야의 배점을 일부 줄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초점이 기능 재편·성과 연계 조직 운영 등을 뼈대로 한 2단계 대책으로 넘어가면서 기존 1단계 대책에 포함된 부채 감축·방만 경영 개선 등의 평가 중요도를 낮춘 것이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사전적 감시와 통제를 통해 공공기관 방만 경영 사례를 시시콜콜 잡아내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철저히 막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보다는 시장형 공기업은 재무 성과가 나쁘면 페널티를 주고 매출이 적은 준정부기관은 방만 경영 사례를 적발하면 예산을 줄이는 등 기관이 자율적으로 책임을 지는 시스템으로 평가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부채 문제도 자산 매각·사업 지연 등 미봉책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기재부가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심의를 강화해 부채를 유발하는 사업은 철저히 축소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김고은 '숏컷 어떤가요?'
  • 청룡 여신들
  • "으아악!"
  • 이즈나, 혼신의 무대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