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UHD상용화했지만..월드컵은 못 보네

SBS 5만유로 내고 UHD 실험방송하기로
케이블방송 등 유료방송 전송은 미지수
기술적 문제보다 재송신료 협상이 걸림돌
  • 등록 2014-06-12 오전 2:04:35

    수정 2014-06-12 오전 8:00:56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브라질 월드컵 경기 일부가 초고화질(UHD) 방송으로 촬영되면서 축구장 현장의 생생한 느낌을 TV로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지상파 실험방송으로 제한적으로 볼 수 있을 뿐, 일반 시청자가 이미 상용화를 선언한 케이블·위성방송을 통해서는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방송업계에 따르면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브라질 월드컵 중계권을 획득한 SBS는 UHD방송을 하기 위해 5만 유로(한화 약 7000만 원)를 추가로 지급했다. UHD방송은 아직 세계적으로 상용화 단계가 아닌 만큼 현재 HD방송 중계권만큼 비싸지 않은 편이다. 위성으로 영상을 전송받는 만큼 이에 대한 전송 비용을 낸다는 수준이다.

SBS와 KBS는 현재 진행 중인 지상파 UHD실험방송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4월 5일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을 실시간 생중계에 성공했고, 이번에는 해외 영상을 위성으로 받은 뒤 지상파 신호로 변조해 방송해 보겠다는 계획이다. 브라질 월드컵 3경기를 실시간 중계한다. LG전자와 협의를 통해 서울역 등에서 방송할 때 경기가 끝난 이후 녹화 중계도 할 방침이다. 경기가 새벽에 주로 편성돼 있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미 UHD 전용 채널을 운영 중인 케이블방송과 위성방송인 KT스카이라이프(053210)에서는 이를 볼 수 없을 전망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당장 실시간 영상을 중계할 여건은 마련되지 않았다. 아직 UHD위성 신호를 수신할 수 있는 셋톱박스도 일반인이 쓸 수 없는 상황이라 브라질 월드컵 UHD방송을 중계하더라도 실수요자가 없는 상황이다.

케이블방송은 월드컵 UHD방송을 보는 데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 지상파와 케이블방송 등 복수의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지상파가 위성으로부터 받은 원본 신호를 UHD채널을 운영하는 홈초이스에 전송하면 이를 실시간 인코더 장비로 변환해 영상을 전송하기만 하면 된다. 현재 케이블방송은 실시간 인코더 장비를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대여하면 당장에라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현재 UHD셋톱박스가 결합한 UHDTV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기술적인 부분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UHD방송을 볼 수 없는 데는 지상파와 케이블방송 간 재송신료 분쟁이 크다는 평가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는 케이블방송·위성방송·IPTV를 대상으로 월드컵 프로그램 고화질(HD)방송 재송신료를 추가로 내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유료방송업체는 이미 채널당 재송신료를 냈기 때문에 더 낼 필요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UHD 방송을 하기 위한 협상은 더욱 어렵다는 평가다.

여기에 주파수 700MHz를 둘러싼 마찰도 연결돼 있다. 지상파 방송사는 디지털방송 전환으로 유휴대역인 700MHz 주파수 대역을 UHD방송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통신업계는 세계 추세를 볼 때 통신용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브라질 월드컵 UHD방송을 지상파가 아닌 유료방송으로만 송출할 경우 700MHz주파수를 선점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UHD방송을 위해 지상파, 유료방송사업자간 협업을 통해 생태계 마련이 중요한 상황이지만, 각자의 이해득실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UHD방송을 할 수 있도록 상호 협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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