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그룹인 삼성 회장으로 취임한 지 사반세기(四半世紀)를 맞이하는 이 회장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아직까지 극과 극으로 갈린다. 한쪽에서는 삼성그룹을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청렴하고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만들었다며 후한 점수를 매기고 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그룹 내부 폭로사건, 안기부 X파일 사건 등에서 드러났듯이 부정부패가 만연한 그룹의 오너일 뿐이라고 폄하한다.
◇ 변방에서 세계 중심으로 삼성을 키운 주인공
“삼성을 동북아 변방의 ‘우물안 개구리’ 수준에서 세계 경제를 이끄는 대표적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기업인.”
25년 삼성 회장으로서 이 회장의 공과(功過)에 대한 세간의 논란 속에서도 대체로 일치하는 중론(衆論)이다. 이 회장이 선친인 이병철 선대 회장이 타계한 직후 회장직을 물려받았을 때와 지금의 삼성그룹을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그룹의 순이익 규모도 87년 2100억원에서 지난해 20조3천억으로 무려 97배나 증가했다. 그룹에 종사하는 임직원 규모도 회장 취임 당시 10만명에서 올해 42만명 수준으로 4.2배가 늘었다. 매출·이익 등 그룹의 주요 경영 실적이 꾸준히 급증하면서 삼성그룹은 국내 최정상에서 독보적 자리를 굳히고 있다.
|
◇ 삼성의 ‘퀀텀 점프’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에서 시작
삼성그룹의 ‘퀀텀 점프’는 지난 93년6월 이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주도한 ‘프랑크푸르트 선언’이 출발점이라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 회장은 당시 ‘양적 성장’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던 그룹 계열사 경영진 1800여명을 모아 놓고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고 질타하며 경영 사고의 근본적 발상 전환을 촉구했다.
이때부터 삼성의 ‘품질 최우선주의’는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기 시작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그룹의 성장을 촉진하는 원동력이 됐다. 특히 그룹의 간판 스타인 삼성전자가 TV와 휴대폰 분야에서 세계 판매 정상에 오르면서 이 회장의 ‘질(質)경영’은 올들어 최고 절정기를 맞고 있다.
|
이 회장의 과거 25년은 갖은 고난 속에서도 질적인 성장과 도약을 추진해온 시기였다면 향후 사반세기는 더욱 중대한 전환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진행 중인 애플과의 글로벌 특허 소송은 기업문화의 혁신을 통한 창조 경영의 조기 정착에 대한 이 회장의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은 그룹의 미래 성장을 위해 향후 신사업을 직접 챙기며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이 회장 주재 아래 오는 2020년까지 총 23.3조원을 투자해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을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지난 2010년 발표하기도 했다.
◇안정적 경영권 승계도 이 회장의 주요 현안 과제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도 이 회장이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특히 최근 정치권이 밀어붙치고 있는 순환출자금지 등에 관한 입법 추진은 경영권을 물려주는 데 있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그룹 계열사 별로 자녀들에 대한 지분 정리가 일단락된 상황이기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사장이 전자와 금융 부문을,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이 물류·서비스 부문을, 이서현 제일모직(001300) 부사장이 제일모직과 제일기획(030000) 등을 차지할 것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다만 당분간 이 회장은 자녀들의 ‘홀로서기’가 가능할 수 있도록 뒤에서 조언·지도하는 경영수업에도 상당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예상된다.
▶ 관련기사 ◀
☞이건희 시대 25년··삼성 100배 커졌다
☞삼성, 20만원대 자급제 스마트폰 출시
☞코스피 사흘만에 반등 나서..눈치보기는 '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