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수입차를 바라보는 현대·기아차의 `날선 시선`

  • 등록 2012-04-10 오전 7:29:27

    수정 2012-04-10 오전 7:29:27

[이데일리 정병준 기자] 지난달 국내 수입차 판매가 1만648대로 월별판매로는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지난 2008년 이후 국내 수입차 판매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 지난 2009년까지만 해도 6만대 수준에 그쳤던 수입차 판매는 지난해에는 10만대를 돌파하며 고속 성장세에 있다.

이런 수입차 수요 증가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 있어 탐탁치 않은 일이다. 특히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80% 가량의 점유율을 유지해온 현대·기아자동차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그동안 국내시장에서 현대·기아차를 위협할 만한 업체는 없었기 때문에 `수입차`라는 새로운 경쟁상대의 등장이 반가울리 없다.

현대·기아차가 수입차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기존 현대·기아차의 수요가 서서히 수입차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을 직접 체감하면서 회사 내부에서도 긴장감이 맴돌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현대·기아차는 국내시장에서만큼은 수입차를 크게 경계하지 않았다. 워낙 가격 격차가 크고 서비스 측면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품질면에서도 현대·기아차 관계자들은 "차량 가격을 수입차만큼 비싸게 잡으면 우리도 동일한 수준의 차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다녔다.

하지만 최근 한-유럽연합(EU),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바탕으로 수입차 업체들이 연이어 차량 가격을 인하하고, 저가 차량을 출시하면서 현대·기아차의 `변명거리`가 사라진 꼴이 됐다. 무엇보다 가격 격차가 좁혀지면서 국산차에서 수입차로의 이동이 보다 수월해진 것이다. 현대·기아차가 다급해진 이유다.

지난 2월 현대차는 수입차를 타던 고객이 에쿠스나 제네시스를 사면 100만원을 깎아주는 프로모션을 실시했다. 또 최근에는 서울 강남, 분당, 잠실 등 전국 7곳에 자사의 프리미엄 차종과 수입차를 비교 시승할 수 있는 `수입차 비교시승센터`를 오픈하기도 했다. 또 수입차 신차발표회에 관련 부서 직원이 나타나 경쟁 수입차량을 살펴보고 돌아가는 등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광고도 거침없다. 도요타 프리우스, 캠리 하이브리드 등 일본 하이브리드 모델과 경쟁하고 있는 `K5 하이브리드`의 광고는 `21km/ℓ의 뛰어난 연비를 바탕으로 한 달에 한 번만 주유하면 한 달 출·퇴근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산에서 광화문까지의 주행거리를 공인연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한 내용으로, 과장 광고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오는 5월 출시되는 기아차의 럭셔리 대형 세단 `K9`도 `기존 수입차 보유고객을 기아차로` 오게하는 특명을 안고 있는 차종으로, 각종 고급 사양과 첨단 장치들이 대거 장착됐다. 그만큼 가격도 수입차를 사고도 남는(?) 수준(약 5300만~8750만원)으로 책정됐다.

고객들의 수입차로의 이탈현상을 막기 위한 각종 프로모션과 마케팅 강화는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가격 면에서는 정작 고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속성장을 이어가는 현대·기아차가 국내 판매 가격 책정에서도 긴장감을 가져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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