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죽이고 해외로 도망간 불륜 남녀의 최후 [그해 오늘]

공소시효 끝난 줄 알고 입국하려다 덜미
체포되고도 한동안 의기양양
"범행 후 외국 도주하면 공소시효 정지 돼"
각각 징역 22년, 2년 선고받아
  • 등록 2024-01-06 오전 12:00:00

    수정 2024-01-06 오전 12:00:00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2016년 1월 6일, 20년 전 A씨(41)와 함께 중국으로 도주했던 B씨(48)가 인천공항에서 밀항단속법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며칠 전 A씨 체포와 함께 두 사람이 잇따라 잡혔는데 어딘가 수상했다.

(사진=게티 이미지)
이들은 어쩐일인지 제발로 중국 공안국에 출두해 자신들이 밀항을 했노라 자백했다. 단식투쟁을 벌이며 조기 송환을 요구하기도 했다.

사실 불법으로 중국에 들어온 두 사람은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위조여권으로 밀항해 입국이 여의치 않자 이를 실토해 강제출국 당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 방법은 꽤 성공적인듯 보였지만 귀국과 동시에 경찰에 체포되며 끝났다. 부적절한 관계인 이들은 1996년 B씨의 남편을 죽이고 해외로 도망갔던 사이다.

공소시효가 만료된 줄 알고 한국에 들어오려 했지만 범행 뒤 외국으로 도주한 기간에는 공소시효가 정지돼 죗값을 치르게 됐기 때문이다.

1996년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전직 양궁선수 A씨는 동네 슈퍼마켓을 자주 이용하다가 여주인 B씨와 내연 관계가 됐다.

이런 관계가 지속하면서 B씨의 남편(당시 34살)도 이 사실을 눈치챘다. 남편은 B씨를 데리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지만 A씨의 그리움은 커졌다.

B씨로부터 “남편이 자주 때린다”는 말을 전해 들은 A씨는 그해 12월 8일 오후 10시쯤 남편을 달성군 현풍면 한 공용주차장으로 불러냈다.

그는 남편에게 부인과 헤어지라고 요구하며 몸싸움을 벌이다가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어 현장에서 11km 떨어진 달성군 옥포면 구마고속도변에서 휘발유로 시신을 불태우고 B씨와 함께 잠적했다.

경찰은 두 사람을 용의자로 보고 전국에 지명 수배했으나 행방이 묘연했다.

이듬해(1997년) 8월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 수배까지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결국 사건이 발생한 지 15년이 지난 2011년 12월 7일 살인 공소시효가 끝나 사건은 종결되는 듯 했다.

(사진=이데일리 DB)
영구미제로 묻힐 뻔한 이 사건은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살인죄 공소시효가 끝난 것으로 판단한 이들이 상하이에 있는 한국영사관을 찾아 밀항 사실을 실토한 뒤 중국 공안에 2개월간 억류됐다가 2016년 인천공항으로 귀국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경찰에 붙잡힌 뒤 “살인죄 공소시효가 끝난 2014년 4월에 중국으로 밀항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경찰에 체포된 뒤에도 상당 기간 죗값을 받지 않을 거라는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밀항으로 출국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는 점을 믿었고, 해외 도피 기간 동안은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는 점을 몰랐기 때문이다.

전담수사팀을 구성한 검찰은 분리신문과 친인척 국내ㆍ국제 통화내역, 출입국내역 조회 등을 통해 이들이 1998년 위조여권으로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했다가 2002년 화물선을 이용해 중국으로 밀항한 증거를 찾아냈다.

또 공소시효가 끝날 줄 안 2012년 초부터 국내 친인척들에게 연락을 취하며 중국 내에서 축적한 재산을 반입하는 등 귀국준비를 한 점도 밝혀냈다.

결국 A씨와 B씨는 “1998년 4월에 일본으로 밀항했다”고 실토했고 이 시점에서 살인죄 공소시효가 정지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A씨를 살인, 사체유기, 밀항 등 혐의로, 내연녀 B씨는 여권위조, 밀항 등 혐의로 각각 기소했다.

사법당국은 이들이 범행 뒤 외국으로 도주하면 해당 기간에는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자수한 것으로 판단했다.

2016년 9월 대구고법 제1형사부(이범균 부장판사)는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에 징역 22년을, A씨와 함께 중국으로 달아난 혐의(밀항단속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A씨 내연녀 B씨에게도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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