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난동에도 ‘징역 15년’…국군수도병원 살인사건의 전말 [그해 오늘]

  • 등록 2023-10-04 오전 12:02:00

    수정 2023-10-04 오전 12:02:00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2013년 10월 4일 오전 3시 47분쯤, 오 일병은 국군춘천병원 안 화장실에 들어가 10여 분 동안 나오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산 흉기로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던 찰나였고, 이때 불침범 근무 중이던 권 일병이 이를 수상히 여겨 오 일병이 있는 화장실에 들어오며 이날의 사건은 시작됐다.
사건 발생 당시 국군춘천병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TV 화면 캡처)
시간을 다시 거슬러 그해 10월 1일, 국군춘천병원에서 근무하던 오 일병은 포상휴가를 받아 본가로 향했다. 그런데 장래 진로 문제로 오 일병은 아버지와 크게 다퉜고, 휴가 중 캠핑용 칼과 손도끼 등을 구입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이틀 뒤인 3일 오후 7시 32분쯤 오 일병은 구입한 흉기 2개를 배낭에 숨겨 영내로 반입해 생활관 지하 보일러실 계단 밑에 숨겨 놓았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난 4일 당일, 그는 화장실에서 흉기를 들고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다 오랜 시간 화장실에 머무는 오 일병을 수상히 여긴 권 일병에 이를 들켰다. 그리고 권 일병과 몸싸움을 벌이다 권 일병의 목 부위 등을 7차례에 걸쳐 찔렀다.

이후 고삐가 풀린 오 일병은 생활관으로 들어가 자신을 괴롭힌 선임의 팔을 흉기로 찌르고 상해를 입혔다. 그리고 손도끼를 꺼내 생활관에서 국군수도병원 응급실까지 이동하며 난동을 부렸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제압하기 위해 나왔다고 생각한 상병의 등을 흉기로 내리치기도 했다.

오 일병의 난동은 약 20분간 이어졌다. 그때 당직사령이던 이 모 대위는 오 일병을 설득하기 위해 투항하라고 권유했으나 오 일병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이날 오전 4시 15분쯤 이 대위는 M16 소총으로 오 일병의 어깨에 실탄 1발을 쏴 제압해 상황을 종료시켰다.

처음 흉기에 찔린 권 일병은 바로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오 일병이 난동 중 상해를 입힌 선임 2명도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다.

이 대위의 소총에 맞아 관통상을 입은 오 일병은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으로 이송돼 3시간에 걸린 응급수술 끝에 결국 폐 일부분을 절제하고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사진=게티이미지)
사고 발생 후 군은 수사본부를 편성했고, 오 일병은 살인, 폭력행위 등에 관한 법률 위반(흉기 등 상해), 군용물 손괴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 오 일병은 2014년 1월 28일 제2군단 보통군사법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으나 2014년 9월 12일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에서 징역 15년으로 감형되면서 이와 함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10년이 내려졌다.

오 일병은 왜 이같은 흉기난동을 벌였을까.

재판부의 판결문에 따르면 “괴롭혔던 선임병들에 대한 분노로 인한 극단적 시도”, “자신을 괴롭힌 데에 격분하여 칼로 찔렀다” 등의 내용이 적혀 군대 내 괴롭힘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됐다.

그러나 당시 오 일병이 직업군인을 미래 진로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부분은 의아함을 자아내고 있다.

판결문에는 “전투기술 등에 관심이 많고 강한 힘을 동경하는 성향”이라고 적혀 있어 직업군인을 진로로 택한 이유를 납득하게 했으나 직업군인을 동경하던 오 일병이 흉기를 구입한 이유에 대해서는 극단적 선택을 위해서였는지, 혹은 자신을 괴롭힌 선임에 대한 살해 계획으로 이같은 일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분분한 의견을 보이고 있다.

한편 사건 이후 국군의무사령부에서는 합동감찰조사를 실시, 관계자들의 지휘책임을 물었으나 사고 당시 조치사항은 지휘계통에 의한 정당한 대응이었다고 판명되어 무혐의로 종결됐다.

또한 국군의무사령부는 군 건강증진 지원팀 소속 정신과 의사 3명을 파견해 국군춘천병원 소속부대원 23명에 대한 외상 후 스트레스 등 정신과 진료를 하는 등 병사들에 대한 심리 지원을 실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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