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夜行③] 가득한 밤하늘 아래 즐기는 싱그러운 숲 산책

한국관공공사 추천 7월 가볼만한 곳
전남 장흥 억불산
  • 등록 2018-06-30 오전 12:00:01

    수정 2018-06-30 오전 12:00:01

장흥읍 별 일주(사진=장흥군청)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요즘 사람들, 하늘은 봐도 별은 보지 못한다. 밤이면 가로등과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불빛이 별빛을 삼켜버리기 때문이다. 대낮처럼 환한 밤, 아이들은 이제 별을 보며 공상에 빠지거나 상상의 나래를 펴지 않는다. 곧 여름방학이다. 아이들 손잡고 ‘빛 오염’이 없는 곳에서 ‘별 구경’을 하고 싶은 이들은 전남 장흥 억불산으로 가보자. 맑고 투명한 하늘을 인 곳이다. 해가 지면 서쪽 하늘 근처에 별이 하나둘 돋기 시작하고, 이내 쌀알을 뿌려놓은 듯 별이 가득 찬다.

정남진 천문과학관 야경(사진=장흥군청)


◇억불산에 올라 별을 보다

억불산은 울창한 편백 숲으로 유명하다. 측백나뭇과에 속하는 편백은 보통 40m까지 자란다. 언뜻 보면 삼나무나 메타세쿼이아와 비슷하지만, 납작하게 펼쳐진 잎이 특징이다. 장흥군은 이 숲에 숙박 시설과 산책로, 삼림욕장 등을 마련해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를 조성했다. 주말이나 평일 할 것 없이 피톤치드를 즐기려는 사람이 몰려든다.

편백 숲 산책은 잠시 미루고 억불산에 올라보자. 정상 가까운 곳에 정남진천문과학관이 자리한다. 주관측실을 비롯해 보조관측실, 천체투영실, 시청각실 등을 갖췄다. 주관측실에는 600mm 반사망원경과 152mm 굴절망원경이 설치되어 성운, 성단, 은하 등 우주의 실제 모습을 관측할 수 있다. 보조관측실에도 망원경 6대가 있어 태양의 홍염과 흑점 등을 살펴볼 수 있다. 흐리고 비가 오면 천체관측이 불가능하니, 출발하기 전에 날씨를 확인하고 천문과학관에 문의한다.

억불산 정상 가는 길의 풍경(사진=최갑수 여행작가)


2층에 위치한 전시실도 흥미롭다. 천상열차분야지도, 우주 탐험의 역사와 재미있는 우주 속 현상을 학습하고, 별자리 역사와 사계절 별자리, 태양계의 행성, 행성의 운동, 케플러법칙 등을 알아볼 수 있다.

편백 숲을 걸으면서 보는 별은 어떨까. 사실 여름은 별을 관측하기 적당한 시기가 아니다. 대기가 불안정하고 희뿌연 안개가 많이 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억불산 편백 숲 주변은 대기가 깨끗해서 하늘 가득 뿌려진 별을 관찰하기 좋다.

여름철 별자리는 저녁 무렵 하늘을 기준으로 동쪽에 있다. 한여름 밤에 고개를 들면 직각삼각형으로 놓인 밝은 별 세 개가 보인다. 이 별이 거문고자리에서 가장 밝은 베가(직녀성), 독수리자리에서 가장 밝은 알타이르(견우성), 백조자리에서 가장 밝은 데네브다. ‘여름철 대삼각형’이라고 불리는 이 세 별을 이용하면 다른 별자리를 찾기 쉽다. 베가와 데네브를 긋는 선을 경계로 알타이르와 반대되는 곳에 북극성이 자리한다. 이 별들을 찾았다면 여름철 별자리의 기본은 안 셈이다.

걷기좋은 우드랜드 말레길(사진=최갑수 여행작가)


◇피톤치드 가득한 숲에서 별을 보다

별빛 가득한 숲 속을 산책하면 형용할 수 없이 기쁘고 즐겁다. 쭉쭉 뻗은 편백 숲 사이로 오솔길이 희미하게 뻗었다. 편백 톱밥을 깔아놓은 톱밥산책로는 솜이불 위를 걷는 듯 푹신푹신하다. 가끔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 싱그러운 숲 향기가 묻어난다. 힘껏 심호흡을 하면 상쾌한 피톤치드 향이 가슴 가득 밀려든다. 도시에서 맡던 공기와는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마치 다른 세상의 공기 같다.

피톤치드는 ‘식물’을 뜻하는 phyton과 ‘죽이다’라는 뜻이 있는 cide를 합친 말이다. 식물이 몸에 상처가 나면 미생물을 죽이기 위해 분비하는 항균물질인데, 인간에게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한다. 편백은 침엽수 가운데 가장 많은 피톤치드를 뿜어내, 소나무와 잣나무를 능가한다. 사람들이 호흡을 통해 마시는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혈중농도를 절반 이상 줄여준다. 고혈압과 심장병에 좋고, 면역력을 높이기 때문에 아토피피부염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숲이 좋은 것을 몸이 먼저 아는 듯, 걸음이 자꾸 느려진다.

꼭 밤이 아니어도 괜찮다. 편백 숲에는 억불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3736m ‘말레길’이 있다. 말레는 ‘대청’을 일컫는 전라도 사투리. 장애인도 이 길을 즐길 수 있도록 계단을 놓지 않았다. 정상까지 완만한 나무 데크를 따라 흙 한 번 밟지 않고 오른다.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는 황토흙집, 목조주택, 삼나무한옥 등 다양한 숙박 시설을 갖춰 밤하늘의 별과 피톤치드를 함께 만끽하기 좋다.

노력도에서 바라본 회진 풍경(사진=최갑수 여행작가)


◇문학의 고장 ‘장흥’

장흥은 문학의 고장이다. 이청준, 한승원, 이승우, 송기숙 등 한국 현대 소설을 이끈 문인들이 나고 자란 곳이 바로 장흥이다. 먼저 들러야 할 곳은 회진면이다. 장편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쓴 한승원이 이곳에서 태어났다. 한승원은 2016년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회진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한재공원을 지나 한승원 생가와 신상리 해산한승원문학현장비까지 ‘한승원소설문학길’이 조성되었다. 한재공원에 오르면 회진면 일대와 노력도를 품은 남해가 보인다. 봄이면 10만 ㎡에 이르는 이곳에 할미꽃이 가득 핀다.

한재공원에서 내려오면 고 이청준 선생이 태어난 진목마을이다. 1960년대 중반 문단에 나와 40여 년 동안 우리 소설계를 이끈 선생은 지난 2008년 세상을 떠났다. 중편소설 〈인문주의자 무소작 씨의 종생기〉에 “큰 산 꼭대기 구룡봉에서 바라본 세상은 끝없이 넓었다. 작은 동산 같은 그의 마을 뒷산 너머로 남해의 푸른 바다가 아득히 하늘로 이어져가고 북으로는 수많은 산들이 부연 연무 속으로 겹겹이 멀어져가고 있었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진목마을은 이 묘사 그대로다. 마을 앞쪽 동산 같은 산 너머에는 회진 앞바다가 펼쳐지고, 마을 뒤쪽으로 천관산이 버티고 섰다.

영화 천년학 세트장(사진=최갑수 여행작가)


마을 입구에서 표지판을 따라 골목으로 들어가면 이청준 생가가 보인다. 자그마한 집 방에는 선생의 사진과 유물이 다소곳이 놓였고, 마당에는 지금도 사람이 사는 듯 장독대가 앉았다. 선생은 이곳 진목에서 중학생 때까지 보냈다고 한다.

마을에 들어서기 전, 〈천년학〉 세트장을 만난다. 〈천년학〉은 이청준 단편소설 〈선학동 나그네〉를 임권택 감독이 영화화한 것이다. 임 감독은 이청준 연작소설 《서편제》와 장편소설 《축제》 등도 영화로 만들었다.

서울 광화문에서 정남쪽에 자리한 곳이 장흥군 관산읍이다. 이곳에 10층 규모로 지은 정남진전망대가 있다. 보성과 고흥, 완도를 품은 그림 같은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장흥은 한우와 키조개, 표고버섯을 함께 먹는 ‘장흥삼합’이 유명하지만, 여름에는 된장물회를 맛보자. 된장을 푼 시원한 국물에 열무김치를 푸짐하게 넣어 색다른 물회다. 식초와 고춧가루를 뿌리고 회를 듬뿍 얹어 내는데, 새콤달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숟가락을 바쁘게 만든다.

정남진 전망대(사진=최갑수 여행작가)


◇여행메모

△당일 여행 코스=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정남진천문과학관

△1박 2일 여행 코스=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정남진천문과학관→숙박→ 한재공원→진목마을 이청준 생가→정남진전망대

△가는길=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광주제2순환도로→남해고속도로 장흥 IC→장흥읍→우드랜드길→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

△주변 볼거리= 보림사, 천관산문학공원, 방촌유물전시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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