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속에서 살아 숨쉬는 이야기가 있다. 고객은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제품에 얽힌 배경과 스토리를 사면서 자신도 그 속의 일원이고 싶어한다. 그래서 기업은 명품을 만들려고 애를 쓰며 명품은 다시 그 기업을 돋보이게 한다.
이데일리는 우리 기업들이 정성을 쏟아 만든 대한민국 대표명품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전하려 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대표상품들의 위상과 현주소를 함께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더 많은 명품탄생을 희망한다. (편집자주)
지난 7월 26일 아침. 울산 앞바다의 한 안벽(岸壁·배를 대는 시설)에 길이 334m의 거대한 컨테이너선이 위용을 드러냈다. 2년여에 걸친 설계와 건조작업을 마치고, 대단원을 장식할 '명명식(命名式)'을 기다리는 것이다.
|
순간 뱃머리와 연결된 밧줄이 끊기고, 팡파르와 함께 힘찬 뱃고동 소리가 울려퍼진다.
국내 최초로 건조된 1만TEU(20피트 컨테이너 1만개)급 컨테이너선, 통칭 '꿈의 컨테이너선'(사진)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현대중공업이 만든 이 선박은 세계 컨테이너선 시장의 대형화와 고속화를 주도할 첫번째 작품. 선체 길이는 63빌딩을 능가하고, 갑판은 축구장 세개를 합친 것 만한 웅장함을 자랑한다.
전 세계 선박의 15%를 '찍어내는' 세계 최대 조선업체 현대중공업(009540)이 본격적인 '울트라급(1만TEU 이상) 컨테이너선' 시대의 포문을 연 것이다.
◇ 울트라급 시장 40% 독식
컨테이너선은 건조 기간이 비교적 짧고, 부가가치는 높은 것이 특징. 1만TEU급의 경우 척당 1억5000만달러(1350억원)에 달한다. 때문에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도 영업력을 집중하는 분야다.
실제로 올해 들어 9월까지 현대중공업의 수주 물량 가운데 60%는 컨테이너선이다(그래프). 전체 선박 수주 잔량 327척 중에는 161척을 차지하고 있다.
◇ "일등 컨테이너선을 만들어라"
"일등 상품만이 생존할 수 있다"
민계식 현대중공업 최고경영자(CEO) 부회장(사진)은 임직원들에게 늘 일등 상품을 강조한다. 부가가치가 높은 일등 상품만이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것. IMF 경제 위기도 일등 상품의 부족 탓이 컸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세계 컨테이너선 발주사들이 선박의 뛰어난 성능과 기술력에 대해 찬사를 보내오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건조한 컨테이너선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많은 7척이 '세계 우수 선박'으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꿈의 선박'이었던 1만TEU급 컨테이너선 건조에 성공한 현대중공업은 최근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의 설계도 완료한 상태다.
◇ 항공기술까지 접목
현대중공업은 현재 최고의 기술력을 증명하기 위한 또 한 차례의 도전을 준비 중이다. 항공기술을 접목한 세계 첫번째 컨테이너선을 건조하는 일이다.
민계식 부회장은 최근 "항공기술을 결합해 연료 소모를 크게 줄인 첨단 컨테이너선을 독일 선박회사 하팍-로이드로부터 수주해 만드는 중"이라고 밝혔다. 선박 프로펠러 뒤에 에너지 손실을 줄여주는 날개를 다는 방식. 독일국립선박해양연구소에 조사에 따르면 연료비를 최대 6%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하루 1억원대에 달하는 컨테이너선 연료비를 대폭 줄여 해운회사들의 운영 부담을 절감시켜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 관련기사 ◀
☞현대중공업, 10월 매출 1조3932억..전년비 25%↑
☞조선·해운, 내년 전망 밝다..`매수 기회`-신영
☞`反 미래에셋`의 반격.."투신권 공멸게임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