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의료 AI(인공지능) 패권 전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세계 의약품 및 의료기기 시장 5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 진출이 필수적이다. 문턱 높은 FDA 인허가 제도와 복잡한 의료전달체계로 미국 외 기업들의 침투가 어려운 시장이지만,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오히려 강력한 제도적 보호를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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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북미 AI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72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 시장은 단순 규모뿐만 아니라 여러 이유로 가장 중요한 시장이고, 공략해야 할 대상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서 대표는 “미국 시장은 규모가 가장 크다. 제품 사용에 따른 비용 지불 의지도 가장 크고, 동시에 혁신 제품에 대해 가장 열려있다”며 “다른 국가 의료 정책 및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등 상징적인 의미도 큰 만큼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성공적인 미국 진출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직접 영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시장은 FDA 인허가 허들 외에도 사보험의 시장지배 구조, 제품이 실제 의료 현장에 도입돼 사용된 경험에 대한 높은 기준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경쟁이 워낙 치열하고 고객들과의 접점이 어느 국가들보다 중요하다”며 “제품 판매 후 고객들과의 관계가 중요해 시장 진출 전략이 여타 국가와는 달라야 한다. 파트너에게 의존하는 전략보다는 직접 영업 영역을 확대해 접근하는 것이 필수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최우선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루닛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유방암 진단 시장 1위 기업 볼파라를 전격 인수했다. 루닛 영업팀도 직접 움직이고 있다. 시장 특성을 철저하게 파악한 뒤 수립한 영업 전략은 현재까지 결과를 볼 때 탁월한 선택으로 판단된다는 게 서 대표 설명이다.
그는 “루닛과 볼파라가 미국 시장에서 진행 중인 전략적 사업모델이 주효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계약 기간 동안 제품에 대한 구독 요금을 설정해 꾸준한 수익을 창출하는 SaaS 모델 적용, AI 솔루션 사용료를 병원이 아닌 환자가 직접 지불하는 새로운 방식의 사업모델 채택은 향후 미국 시장에서 수익성 증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루닛 인사이트는 미국 환자들한테 직접 과금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잘 작동하고 있다. 미국은 PE가 운영하는 병원이 대다수라 환자들에게 과금하게 될 경우 병원들의 수입이 크게 늘어나 재무적 투자 효과가 좋다”며 “실제 초기 단계에서 운영하는 상황에서 환자 50% 이상이 AI에 대해 추가 pay를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는 향후 강력한 무기로 작용할 것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큰 규모의 매출로 돌아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루닛의 이런 성과는 국가별 특성에 맞는 영업 전략과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AI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우수한 AI 연구 인력을 확보해 글로벌 유수 AI 학회에서 30개 이상 논문을 발표했다. 400만건 이상 대규모 의료 데이터도 학습했다. 글로벌 기업과 기관들이 참여하는 AI 대회에서 2016년 IBM과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2017년에는 글로벌 영상 분석 경진대회 ‘Camelyon’ 챌린지에서 하버드대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서 대표는 “루닛은 의료기기 기업과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B2B 사업에 이어 각국 정부 및 국제기구를 대상으로 하는 B2G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며 “호주, 스웨덴, 사우디, 카타르, 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에서 루닛 AI 솔루션을 활용한 국가 주도 암 검진사업을 수행 중이다. 10개 이상의 국가와 국가 단위 암 검진 사업 추진을 논의 중인 만큼 추후 B2G 사업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루닛의 AI가 적용되는 분야도 넓어질 것이다. 암 진단 분야에서 자율형 AI 모델 개발과 하나의 의료영상으로 모든 암 검진이 가능한 전신 MRI AI 솔루션 개발을 추진 중”이라며 “모든 항암제를 다루는 AI 바이오마커 개발을 통해 환자별로 최적의 암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나아가 루닛 스코프를 기반으로 한 바이오마커 연계 AI 신약 개발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