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딸 건드린 남편 '직접' 단죄한 아내...법원 판단은 [그해 오늘]

남편 10년 상습 성추행 알게 돼
흉기로 남편 눈 찔러...살인미수
검찰...이례적 구형 '선처'
재판 과정에서 가정폭력 추가로 드러나
아내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남편 징역 8년
  • 등록 2024-08-18 오전 12:00:14

    수정 2024-08-18 오전 12:00:14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아내는 남편이 15년간 백수로 지내는 것도 용서했고 폭언을 퍼붓는 것도 참아냈다. 그러나 친딸의 몸에 손을 댄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흉기로 남편의 두 눈을 찔렀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미지 (사진=게티 이미지)
2023년 8월 18일 대구지법 형사11부(재판장 이종길)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로 재판에 넘겨진 여성 A씨에 대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유사한 살인미수 혐의 경우 대개 징역 5년 이상 구형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례적으로 낮은 구형이 이뤄진 것이다.

검사는 “피고인이 자기 딸을 성추행한 친부인 피해자를 상대로 우발적으로 범행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를 포함한 가족 모두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해 감경해 구형하겠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는 앞선 6월 23일 오전 0시 45분쯤 미리 준비한 흉기로 잠들어 있던 피해자 B씨의 양쪽 눈을 찔렀다. 이어 잠에서 깨어난 B씨의 머리 등을 향해 수회 흉기를 휘둘러 B씨가 21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혔다. B씨가 사망하지 않아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범행 며칠 전 둘째 딸이 B씨로부터 10여년 간 상습 성추행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B씨에게 이를 추궁한 결과 B씨가 범행을 인정하며 용서를 구하자 그를 용서하기로 했다.

그러다 A씨는 안방에서 잠든 B씨를 보고 딸이 같은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딸과 B씨를 영영 격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B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이데일리DB)
성추행을 당한 당사자인 둘째 딸은 법정에서 “어머니는 제가 성추행당했을 때도 아버지를 믿고 싶어 하셨고 20년 가까이 키우시면서 어머니 혼자 하시는 거 보고 너무 안쓰러운 것 같았다”며 “어머니와 더 이상 떨어지고 싶지 않은 간절함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A씨의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피고인은 15년 동안 남편이 무직인 상태에서 생계를 유지해 왔다”며 “피해자로부터 지속적인 폭언과 협박을 당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다. 자녀에 대한 추행이 발생함으로 인해 피고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서 범행에 이른 점, 법적인 처벌을 받겠지만 이혼하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선처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같은 해 8월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A씨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으며 A씨의 형은 확정됐다.

남편 B씨는 재판 과정에서 10여년 전부터 어린 딸을 최소 23회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가정폭력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다. 그는 약 15년 전부터 직업이 없는 자신을 대신해 아내 A씨가 두 딸과 시부모까지 부양했는데도, A씨는 물론 처가 식구들에게 폭언과 협박, 욕설을 쏟아냈다.

그해 11월 재판부는 B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아동 등 관련기관 취업제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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