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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발생한 때는 2020년이었다. 당시 A씨는 청주시 청원구 자택에서 잠을 자던 딸 B(당시 13세)양을 억압한 상태에서 성범죄를 저질렀다. 이듬해 1월에는 B양의 친구인 C(당시 13세)양이 B양 방에서 자는 것을 발견하고 성폭행했다.
사건 후 B양은 A씨가 자신의 친구를 성폭행한 사실을 알게 됐고 C양의 권유로 한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게 됐다. 상담 과정에서 B양은 계부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사실을 이야기했고 이를 들은 의사는 이튿날인 2월 27일 경찰에 피해 사실을 고발했다. C양 측은 이에 앞선 2월 1일 이미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상황이었다.
경찰이 B양으로부터 피해 사실을 전해 들은 것은 같은 해 3월 B양이 다니던 중학교에서였다. 그러나 B양의 친모인 D씨는 한 달여 뒤 B양이 경찰관에게 피해 사실을 녹음하러 간 자리에서 조사를 중단시켰다. 그는 오히려 “성폭행당한 일이 없는데 왜 성폭행을 당했다고 이야기하느냐”며 조사를 받으려는 B양을 막기도 했다.
경찰은 C양 측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한 지 한 달여 만인 3월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를 기각했다. A씨가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점 등을 고려하면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검찰은 8일 뒤 경찰이 두 번째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을 때는 피해자 조사의 절차상 문제와 객관적 자료가 부족한 점을 지적하며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C양의 유족 측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경찰 수사 보고서가 공개되자 “영장 발부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신속하게 분리됐더라면 두 중학생이 그렇게 생을 마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4개월여간 수사가 지연된 배경에는 경찰의 부실 수사와 검찰의 영장 반려가 반복된 상황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특히 B양이 조사받을 당시 D씨가 동석해 진술 녹화가 중단된 점도 초동 수사가 미흡했다는 것에 대한 비판 요인이 되기도 했다. D씨는 A씨와 B양을 분리하라는 경찰 안내로 친딸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됐음에도 홀로 다른 지역에서 거주하며 사실상 문제를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친부 징역 25년 확정…‘방임’ 친모는 징역 1년6월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아동학대를 제외한 모든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의 의붓아버지로 자녀를 건전하게 양육하고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그 의무를 저버린 채 범행했다. 이 사건 범행이 만 13세의 피해자들을 상대로 이루어진 점을 보면 그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에 불복한 A씨 측과 검찰은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A씨가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한 것이 피해자들의 죽음을 초래한 주요 원인이 됐다며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B양이 갖고 있던 자신에 대한 강한 애착 관계와 이별에 대한 공포감 등을 이용해 피해 진술을 번복하게 하고 C양의 동향을 보고하거나 그 진술을 몰래 녹음하게 하는 등 딸을 자신의 방어수단으로 이용했다”며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뉘우치지 않고 있고 C양의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A씨 측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기각하며 형이 확정됐다. D씨는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