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재건축 돕는데'…집 지을 건설사가 없다

재건축 규제완화에 멈췄던 안전진단 신청 '봇물'
건설사 "공사비 올려주지 않으면 시공계약 철회"
시공사 선정 무산돼 사업기간 지연 사업장 늘어
  • 등록 2023-01-02 오전 5:00:00

    수정 2023-01-02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새해부터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시작하면서 재건축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노후화된 단지들이 안전진단 준비에 한창으로 정부에서도 재건축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는 모습이지만 시공사 구하는데 ‘빨간불’이 켜졌다.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올라 건설사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자 선뜻 재건축에 나서는 건설사가 없어서다.

서울 시내 아파트 재건축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속도 내는 안전진단, 돕는 정부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잇따라 안전진단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현대아파트는 지난해 12월21일 서초구에 정밀안전진단 진행을 위한 용역비용 예치금을 냈다. 서울 노원구청은 상계주공3단지와 ‘미미삼(미성·미륭·삼호3차)’으로 불리는 월계시영아파트의 재건축 판정을 위한 정밀안전진단 용역을 발주했다.

목동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지난 2020년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했던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9단지는 예비안전진단 신청을 위해 주민 동의서를 걷고 있다. 같은 해 안전진단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했던 강동구 명일동 고덕주공9단지도 강동구청에 예비안전진단을 다시 신청한 상태다.

지자체도 재건축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서울 양천구는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재건축사업 활성화를 위해 기존 ‘도시재생과’를 ‘목동재건축팀’을 포함한 재건축사업 전담부서로 재편성했다. 또 재건축사업을 총괄하고 공사장 안전관리를 위한 ‘재건축정책팀’을 신설했다. 서울시는 최근 25곳의 2차 신통기획 재개발 후보지를 확정해 발표했다. 재개발 사업이 완료되면 약 3만4000가구의 새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는 규모다.

집 지을 건설사가 없다

다만 재건축 조합들이 시공사를 구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공사비가 올라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건설사 간 치열한 수주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프로젝트금융(PF) 발 자금경색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것도 한몫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수지타산 맞는 ‘사업장 옥석 가리기’에 돌입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착공에 들어간 사업장에도 물가 상승분과 금융 비용 등을 재반영해 공사비 증액을 요청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건설사들은 공사비를 올려주지 않으면 시공 계약을 철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이미 시공사 선정이 무산돼 사업기간이 지연되고 있는 사업장도 나오고 있다. 서울에서만 신당 8구역, 강북구 강북 5구역, 서초구 방배 신동아, 송파구 가락상아1차,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광진구 중곡1단지, 영등포구 남성아파트 등의 시공사 선정이 유찰됐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는데다 자금을 조달하는 금리는 높아졌기 때문에 확실하게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업지도 재차 확인하며 선뜻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 규제가 완화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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