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Story]모바일 시대, 네이버가 전자상거래에 집중하는 이유

  • 등록 2014-11-24 오전 12:01:51

    수정 2014-11-24 오전 12:26:47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모바일 시대라고 합니다. 2009년 아이폰이 한국에 상륙한 뒤 5년 만에 유선 트래픽은 77% 줄었고, 오직 모바일 인터넷만 쓰는 사람도 11.3%나 된다고 하지요.

하지만 인터넷 사업을 하는 사람 중 모바일로 돈을 벌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PC보다 작은 화면에 올릴 수 있는 콘텐츠 량도 적기 때문이죠. 몇몇 게임이나 동영상 정도 말고는 돈 번다는 얘기가 들리지 않습니다.

국내 최대의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035420)는 어떨까요? 네이버 역시 고민이라고 합니다. 지난 20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네이버 비즈니스 컨퍼런스 2014’에는 모바일 시대 네이버의 생존법을 들으려는 사람들로 꽉 찼습니다. 검색광고주를 초청하고 선착순 모집을 했는데, 1500여 명이 몰린 것이죠.

네이버 검색광고,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진화

이날 네이버는 검색과 광고의 시너지를 높이고, 종국에는 전자상거래까지 나가는 플랫폼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당장 내년 초 사용자가 네이버 아이디 하나만으로 가맹점 어디에서든 쉽게 구매하고 결제할 수 있는 ‘네이버 체크아웃’을 선보이고, 네이버가 추구하는 사람을 닮은 검색(Project 人)이 완성되는 시점에는 쇼핑몰 구축부터 모바일 마케팅, 예약과 결제까지 모든 걸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물론 이윤식 검색 본부장은 “네이버에서 광고는 단순히 홍보의 수단이 아니라, 자체로서 귀중한 정보이며 가치 있는 콘텐츠”라면서도 “검색 품질을 철저히 관리하는 속에서 진행하겠다”는 말도 빼놓치 않았습니다.

궁금해졌습니다. 네이버를 먹여 살리는 것은 글로벌 SNS 라인이고, 광고 매출도 늘고 있는데 왜 전자상거래를 띄울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네이버의 3분기 실적을 보면 라인 총매출은 지난해 3분기 1799억 원에서 올 3분기 3281억 원으로 82.4% 증가했고, PC 검색 광고도 전년 동기대비 9%, 디스플레이 광고도 13% 늘었는데 말이죠.

20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네이버 비즈니스 컨퍼런스 2014’에서 강연하는 이윤식 검색본부장. 이날 행사에는 다음카카오 같은 경쟁회사뿐 아니라, 미스터피자 등 네이버 검색 광고주 1500여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네이버 제공
해답은 모바일 이용자의 이용 행태…쇼핑은 롱테일 콘텐츠

한성숙 네이버서비스1본부장의 ‘모바일 이용자들의 콘텐츠 이용분석’ 강연을 들으면서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모바일 이용자들의 콘텐츠 이용은 여전히 자료나 뉴스,기타 콘텐츠, 커뮤니케이션서비스 등이 90%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이 중 뱅킹이나쇼핑, 티켓팅 등 경제분야가 49.4%나 되고, 위치기반이 73.1%나된다고 하네요. 네이버의 경우 현재 모바일 메인 페이지 방문자가 하루 2천 300만 명, 주말에는 3천 700만 명이나 된다니 2009년 당시(메인페이지 방문자 2000만 명)보다 늘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네이버 메인의 소비구조가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성숙 네이버서비스1본부장은 네이버 모바일의 콘텐츠 중 연예뉴스를 빼고는 주로 상단에 위치했을 때 클릭수가 높은 반면, 쇼핑 콘텐츠의 경우는 50개 콘텐츠 모두를 내려가서 보는 비율이 20%나 된다고 했습니다. 뉴스는 주로 헤드라인을 클릭하지만, 쇼핑 콘텐츠는 다르다는 것이죠.

이에 따라 네이버는 생활, 펀, 라이프, 쇼핑 같은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 본부장은 “지식백과의 경우 처음에는 아이패드처럼 좌우로 넘겨볼 수 있는 걸 만들어봤는데, 사전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지 못했다”면서 “모바일 시대에는 통합검색보다 이미지 검색이, 같은 웹툰이어도 복잡한 환타지보다는 짤막한 에피소드 형식이 유행하더라”고 말했습니다.

통합검색의 경우 유선인터넷에서 57억 2000만 원, 모바일 검색으로 34억 8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이미지 검색에선 유선 쪽이 48억2000만 원, 모바일 검색에서 19억 1000만원을 번다고도 했습니다.

모바일 인터넷은 저녁 퇴근 시간부터 23시까지

네이버가 모바일 시대를 맞아 전자상거래에 관심 갖는 또 다른 이유는 네티즌들의 이용성향과도 관련 있어 보입니다.

네이버 메인을 기준으로 PC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주로 근무시간에 접속하는 반면, 모바일은 7시부터 8시까지 출근 시간과 저녁 19시부터 23시까지 트래픽이 많다고 합니다.

물건을 고르고 사는 여유를 고려하면, 모바일 시대의 킬러 콘텐츠는 쇼핑(전자상거래)이라고 할 수 있죠.

20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네이버 비즈니스 컨퍼런스 2014’에서 강연하는 한성숙 네이버서비스1본부장. 이날 행사에는 다음카카오 같은 경쟁회사뿐 아니라, 미스터피자 등 네이버 검색 광고주 1500여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네이버 제공
여성과 감성이 뜬다

또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은 모바일 시대에는 여성의 방문자가 많다는 점입니다. 한성숙 본부장은 PC인터넷은 남성이 60%였다면, 모바일은 남성이 55%, 여성이 45%로 여성의 방문이 늘고 있다고 했습니다.

리빙쪽은 주로 30~40대, 쇼핑 역시 그러하다고 하죠. 그는 모바일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로는 리빙이나 인테리어가 1위, 뒤를 이어 자동차, 레시피, 육아, 여성패션/뷰티, 남성패션/뷰티, 여행/아웃도어, 맛집, 경제/재테크 등의 순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육아의 경우 모바일 인터넷에서 갑자기 주목받았는데, 이는 아이를 보면서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하는 행태와 무관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모바일의 킬러 콘텐츠는 음악이기도 한데, 뮤직 콘텐츠 소비 행태를보면 모바일이 73%, PC가 27%로 모바일이 대세라고 합니다.

결국 네이버가 검색광고를 전자상거래(쇼핑)로 진화하려는 이유는 이 같은 모바일의 특징 때문으로 보입니다.

다만, 한성숙 본부장은 “결론적으로 모바일에서는 감성과 여성적인 부분이 인기를 끌었다”면서도 “소비자를 읽어내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고 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카드형 유저인터페이스(UI)’로 모바일 콘텐츠 형태를 바꿨지만 클릭이 떨어진다든지, 맞춤형 뉴스 서비스를 테스트해보니 자신에게 조차 맞지 않는 뉴스가 배달됐다는 겁니다.

이용자가 무의식중에 클릭한 부분과 진짜 원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걸러내기란 쉽지 않다는 것인데, 인터넷 민심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기업이 전자상거래든, 검색이든 인터넷 세상을 석권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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