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석촌동 세 모녀 동반자살 사건을 계기로 보건복지부는 3월 한 달간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일제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사회의 그늘에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는 이웃들을 찾아낸다고 해도, 현행 복지제도 아래서는 지원이 쉽지 않다. 부정수급자를 걸러내기 위해 신청 자격을 과도하게 제한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올해 하반기 중 기초생활보장제도 신청 자격을 일부 완화해 지원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지자체 차원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는 중앙정부의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을 돕기 위해 별도의 기초보장제도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135만7000명… 10년래 최저치
지난해 기초생활수급자는 135만7000명. 지난해에만 기초생활수급자 3만7388명이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면서 기초생활수급자 수는 2003년 이후 10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탈락자 중에는 행정전산망 정비로 부양의무자 소득이 발견돼 탈락한 수급자가 2만여명에 달한다. 가족 중 소득이 있는 사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마지막 사회 안전망마저 걷어갔다는 얘기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못 받는 빈곤층 또한 117만명이나 된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10월부터 생계·교육 등 개별급여 기준과 부양 의무자 기준을 완화해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기준이 완화되면 기초수급 대상이 현재보다 40만명 늘어난 180만명 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도 현재 중위소득(총 가구 중 중앙에 위치한 소득)에서 최저생계비를 더한 중위소득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초생활보호수급자로 지정해 생계를 지원하는 것 만큼 근로능력이 있다면 자활 의지를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주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용이 불안해 소득이 낮고, 가족의 부양과 간병, 돌봄의 부담을 피할 수 없는 게 우리나라 근로능력자의 현주소”라며 “고용 불안정과 제도의 사각에 있는 근로능력자에 대해서도 꼼꼼히 챙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긴급지원 자격은 부양의무자 기준 없이 본인의 재산·소득 수준과 위험 상황 등 두 가지가 기준이다. 소득 재산이 최저생계비의 150% 미만이고 가구소득자의 사망, 가출이나 학대, 폭력, 폐업, 휴업 등의 위기 사유가 인정돼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이유로 까다로운 자격 조건과 함께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들이 중구난방으로 복지 정책을 추진하면서 복지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중앙정부가 벌이는 복지사업만 290여개. 지방정부에서 집행하고 있는 복지사업도 170여가지에 달한다.
김보영 영남대 지역·복지행정학과 교수는 “정부의 각 부처와 지자체 부서, 기관에 따라 제각각 사업을 하다보니 아무리 복지사업 수가 늘어나도 지역의 삶이 그만큼 나아지지 못하는 모순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복지 무용론 등 역풍이 불어닥칠 위험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