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 | 이 기사는 12월 30일 10시 23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이데일리 김재은 임명규 기자] 지난 시간이 불운하긴 했지만 되풀이할 수는 없다. 산업은행을 새 주인으로 맞은 대우건설은 재무구조와 기업가치를 어떻게 끌어올리느냐가 당면과제다. 민영화를 앞둔 산업은행으로서는 대우건설 재매각으로 밸류에이션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4조원을 웃도는 PF잔액과 늘어나는 미분양,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 건설경기 침체는 쉽지않은 숙제다.
국내 물류업계 1위 대한통운 매각도 대우건설과 얽혀있다. 대우건설이 지분 23.95%를 들고 있는 만큼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선택에 따라 매각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대우건설이나 대한통운 모두 매력적인 매물로 거듭나는 게 쓰라린 경험을 피하는 필요조건이다.
◇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엑시트 전략은
산업은행은 1조원의 차입을 포함, 3조60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PE)를 조성해 대우건설(047040) 인수에 나섰다. 이미 2조1800억원을 들여 지분 37.16%를 인수했고, 1조원 유상증자로 총 3조1800억원을 투자한 상태. 주당 인수금액은 1만8000원에서 유상증자 이후 1만5000원으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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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매각금액 5조577억원 기준 대우건설의 주당 매각금액은 2만4000원 수준이다. 산업은행의 인수단가(1만5000원) 보다 3년 뒤 주당가치가 59%가량 높게 책정돼야 한다.
산은은 당장 대우건설을 팔더라도 15~25%의 경영권 프리미엄만 받으면, 손해는 보지 않는다. 현재 대우건설의 주가(29일 종가 1만2350원)에 22%가량의 프리미엄을 가산하면 산은의 인수단가(주당 1만5068원)와 비슷해진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1조원 유상증자와 대한통운 매각대금으로 EB(교환사채) 등 부채를 상환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할 것"이라며 "국내외 엔지니어링 업체를 인수해 대우건설의 가치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대우건설이 현대, GS 등 여타 대형사에 비해 약점으로 꼽혔던 높은 주택비중과 시공위주의 해외사업에서 설계분야와 플랜트 등이 강화돼 수익 제고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산은 계열로 편입되며 최근 건설사들이 겪고 있는 자금조달 및 리파이낸싱 리스크가 매우 낮아졌다는 장점도 있다.
전용기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공공토목을 제외한 모든 건설분야가 금융기관으로부터 파이낸싱이 필요한 만큼 대우건설의 낮아진 금융비용은 공사마진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며 "2011년 하반기부터 이익률 제고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 대한통운 매각, 속도냐 가격이냐
대한통운(000120) 지분 23.95%를 갖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통운을 팔아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싶다. 아시아나항공과 동일 지분을 갖고 있는 대우건설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채권단 협의를 거쳐 최종 방침을 정할 예정이다. 일단 M&A시장에선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으려면 대우건설이 보유한 지분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지분을 함께 파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인수자측의 인수대금 부담을 줄여 조기에 딜을 성사시키고자 한다면 매각 대상 지분을 줄이거나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지분으로 국한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매각가격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8년 대한통운을 주당 17만1000원에 인수했다. 현재 대한통운의 주가는 9만1000원으로 절반 가까이 깎였다. 금호의 대한통운 인수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수 이전에 비해 기업가치는 크게 나빠지지 않았다는게 시장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얼마나 매각가격을 올릴 수 있을지 여부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과도 직결된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통운 인수 당시 쏟아부은 금액은 1조6500억원이었고, 순차입금은 2007년말 2조583억원에서 2008년말에는 3조9791억원까지 치솟았다.
아시아나항공(020560)은 대한통운 유상감자로 7100억원을 회수했지만, 아직 9300억원의 투자금액이 남아있는 셈이다. 향후 대한통운을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붙여 판다고 할 경우 아시아나가 보유중인 주식(546만주)을 감안할 때 6400억원 정도 회수가 가능하다. 통상적인 M&A 경영권 프리미엄만으로는 2900억원의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100%에 가까운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어야 그나마 이자비용을 포함한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데,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한통운은 CJ나 한진 외에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만큼, 아주 매력적인 회사는 아니다"라며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대한통운의 매각가격이 주당 12만원 이상 올라라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3년전 경영권 프리미엄을 100% 가까이 주고 샀고, 현재 대한통운의 기업가치와 시장상황을 감안할 때 16~17만원 수준에서도 충분히 매각 가능성이 있다"며 "기존 물류비중이 많은 기업이 인수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에 프리미엄을 더 지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금이 유입된다는 측면에서 대한통운 매각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와 신용등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됐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대한통운 매각차익이 투자금을 100% 회수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현금유입을 통해 차입금을 줄이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꾸준한 실적개선과 차입금 감축이 이뤄진다면 아시아나 항공의 크레딧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3일 아시아나항공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했다. 지난 8월 `BBB-(안정적)`에서 BBB로 한단계 상향한지 4개월만에 등급전망이 또 오른 것이다. 신용평가회사 관계자는 "향후 수년간 항공업황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아시아나의 영업실적이 확대되고 차입금도 더 갚아나가는 등 재무구조가 개선될 여지가 많다"며 "대한통운 매각시 신용등급에도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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