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인 | 이 기사는 11월 01일 09시 12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 인`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이데일리 김일문 기자] 지난 7월8일 한신정평가는 동원그룹주력 계열사인 동원F&B(049770)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A+`로 한 단계 상향조정했다. 국내 참치캔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김치와 육가공식품, 음료 등 종합건강식품 회사로서 사업의 성장세를 높이 평가받은 데 따른 결과였다.
그룹을 이끌고 있는 동원F&B의 신용등급 상향 이후 한달 뒤인 8월16일에는 또 다른 계열사인 동원산업(006040)의 신용등급이 종전 `A`에서 `A+`로, 9월엔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도 `A-`에서 `A`로 덩달아 한 계단씩 올라갔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비슷한 시기 동원F&B와 동원엔터프라이즈의 등급을 같은 수준으로 올렸다. 동원의 모태이자 핵심 계열사인 동원F&B가 그룹 전체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도 동원F&B의 이 같은 행보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실적 좋아지니 재무구조 덩달아 개선
"작지만 소리 소문없이 강하다."동원F&B에 대한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의 평가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동원F&B는 국내 참치캔 시장에서 독보적인 1등 업체다. 참치가 대표 상품인 만큼 전체 매출에서 참치캔 사업부의 비중은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하지만 참치캔으로만 먹고 산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다. 동원F&B는 다양한 식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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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것은 즉석밥의 선전이다. 지난 2007년 `쎈쿡`이라는 브랜드로 첫 명함을 내밀 때만 해도 시장의 평가는 호의적이지 못했다. 철옹성 같은 CJ제일제당(097950)의 1위 브랜드 `햇반`이 있었기 때문. 흡사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교됐던 동원F&B의 도전은 2위인 오뚜기(007310) 즉석밥조차 뛰어넘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 일색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동원F&B의 `쎈쿡`은 매년 매출 규모를 늘려가며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해가고 있다. 출시 첫 해 27억원에 불과했던 즉석밥 매출은 이듬해 49억원, 작년에는 62억원을 각각 기록하면서 회사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커 나가고 있다.
사업부별 고른 성장은 회사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2007년 7180억원이었던 전체 매출은 2008년에 7500억원, 작년에는 8000억원에 달했고,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178억원에서 220억원, 372억원으로 늘어났다. 올 상반기까지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30% 늘어난 5057억원을 기록하며 순항중이다. 특히 그 동안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100% 자회사였던 유가공업체 동원데어리푸드가 계열 편입되면서올해는 사상 최초로 매출 1조원 돌파가 예상되고 있다.
저금리 새 채권 환승 돋보여
실적이 나아지니 재무구조 개선은 불문가지(겘問可知)다. 2007년 78% 수준이었던 부채비율은 금융위기의 한복판이었던 2008년말 110%까지 치솟았지만 작년말에는 74.2%, 올 6월 현재 73%까지 떨어지면서 예전 수준을 밑돌고 있다. 총 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뺀 순차입금 역시 감소 추세다. 2008년 1460억원에 달했던 순차입금은 작년에 600억원, 올 상반기 589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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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동원F&B의 실적 향상은 재무구조 개선으로 이어졌고, 이는 곧 회사 신용등급 상향으로 귀결됐다. 하지만 시장을 더 놀라게 만든 것은 등급 상향에 발맞춰 기민하게 움직인 회사 재무팀의 발빠른 대처 능력이었다. 동원F&B 재무팀은 등급 상향 직전 기존에 발행된 채권을 조기 상환하고, 새로운 등급을 받은 뒤 재빠르게 비슷한 규모의 채권을 낮은 금리로 다시 발행했다. 2008년 12월 2년물 9.54%로 발행됐던 4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미리 갚고, 3년물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4.85%에 조달한 것. 만기를 늘리는 동시에 이자 지급비용은 크게 낮춰 등급 상향 효과를 극대화한 셈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아울러 새로운 등급을 부여받은 업체가 새 회사채를 발행할 때 기존 등급의 금리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거나 일정기간 동안 저평가 받는 등 회사채 시장만의 통상적인 관례를 거치지 않고 무난히 발행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등급 상향과 동시에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다시 발행해 이자비용을 크게 낮춘 동원F&B 재무전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아우덕에 형님들도 줄줄이 등급상향
한편 동원F&B의 이같은 평가는 계열사인 동원산업의 등급 상향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 동원산업의 경우 안정적인 사업 기반과 수익성 향상, 현금창출능력 확대 등으로 한달 뒤 동원F&B와 마찬가지로 한 계단 등급이 상승했다. 한신정평가는 "올 2분기 후 어획량 축소와 수요 증가에 따른 참치가격 강세를 감안할 때 양호한 영업 수익성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등급 상향의 배경을 설명했다.
등급이 상향됐지만 다소 높은 차입금 수준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부분으로 지적됐다. 지난 2008년 전년대비 3배 넘게 늘어난 순 차입금은 동원산업의 재무구조를 여전히 짓누르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한신정평가는 "동원산업의 총차입금이 자기자본 및 현금창출력 대비 다소 과도한 수준"이라며 "전체 차입금의 절반 가량이 회사채와 장기 차입금 등 만기 구조가 길어 재무 안정성은 양호하다"고 분석했다.
잇따른 계열사들의 등급 상향은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등급상향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주 수입원이 계열사들의 배당인 만큼 그룹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동원산업과 동원F&B의 안정적인 영업 실적이 가장 직접적인 등급 상향의 배경이 됐다. 한신정평가는 "참치어가 강세와 환율 안정, 동원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동원F&B의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한 가격 전가력 등을 감안할 때 꾸준히 현금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 사업안정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열사 실적뿐만 아니라 동원엔터프라이즈 자체적으로 현금 창출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역시 부각됐다. 한신정평가는 "배당수익 외에 관계사의 지원부문 통합운영으로 IT용역매출, 상표권 사용료 등을 통해 현금 창출원을 다양화했고, 그 규모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며 "다양한 현금창출원은 자회사 실적에 연동하는 배당수익의 변동성을 완화시켜주는 동시에 회사의 사업안정성을 강화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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