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E][Notch up]②레벨업 중심에 선 동원F&B

참치캔 1위…식품 영토 확장
  • 등록 2010-11-02 오전 8:00:15

    수정 2010-11-02 오전 8:00:15

마켓 인 | 이 기사는 11월 01일 09시 12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 인`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일문 기자] 지난 7월8일 한신정평가는 동원그룹주력 계열사인 동원F&B(049770)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A+`로 한 단계 상향조정했다. 국내 참치캔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김치와 육가공식품, 음료 등 종합건강식품 회사로서 사업의 성장세를 높이 평가받은 데 따른 결과였다.

그룹을 이끌고 있는 동원F&B의 신용등급 상향 이후 한달 뒤인 8월16일에는 또 다른 계열사인 동원산업(006040)의 신용등급이 종전 `A`에서 `A+`로, 9월엔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도 `A-`에서 `A`로 덩달아 한 계단씩 올라갔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비슷한 시기 동원F&B와 동원엔터프라이즈의 등급을 같은 수준으로 올렸다. 동원의 모태이자 핵심 계열사인 동원F&B가 그룹 전체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도 동원F&B의 이 같은 행보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실적 좋아지니 재무구조 덩달아 개선

"작지만 소리 소문없이 강하다."동원F&B에 대한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의 평가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동원F&B는 국내 참치캔 시장에서 독보적인 1등 업체다. 참치가 대표 상품인 만큼 전체 매출에서 참치캔 사업부의 비중은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하지만 참치캔으로만 먹고 산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다. 동원F&B는 다양한 식품군
▲ 사진: 회사 제공
에 자신들의 영토를 차근차근 넓혀 나가고 있다. 최근 3년간 사업부문별 실적을 살펴보면 소시지, 햄 등 육가공 사업부의 경우 매년 성장세를 이어나가며 올해 첫 매출 1000억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조미김 시장점유율 1위인 `양반김` 역시 선두를 놓치지 않고 순항중이며, 김치와 냉동식품을 비롯한 냉장·냉동 사업부, `천지인` 브랜드로 잘 알려진 건식·인삼사업부 역시 꺾이지 않는 매출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즉석밥의 선전이다. 지난 2007년 `쎈쿡`이라는 브랜드로 첫 명함을 내밀 때만 해도 시장의 평가는 호의적이지 못했다. 철옹성 같은 CJ제일제당(097950)의 1위 브랜드 `햇반`이 있었기 때문. 흡사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교됐던 동원F&B의 도전은 2위인 오뚜기(007310) 즉석밥조차 뛰어넘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 일색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동원F&B의 `쎈쿡`은 매년 매출 규모를 늘려가며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해가고 있다. 출시 첫 해 27억원에 불과했던 즉석밥 매출은 이듬해 49억원, 작년에는 62억원을 각각 기록하면서 회사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커 나가고 있다.

사업부별 고른 성장은 회사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2007년 7180억원이었던 전체 매출은 2008년에 7500억원, 작년에는 8000억원에 달했고,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178억원에서 220억원, 372억원으로 늘어났다. 올 상반기까지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30% 늘어난 5057억원을 기록하며 순항중이다. 특히 그 동안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100% 자회사였던 유가공업체 동원데어리푸드가 계열 편입되면서올해는 사상 최초로 매출 1조원 돌파가 예상되고 있다.

저금리 새 채권 환승 돋보여

실적이 나아지니 재무구조 개선은 불문가지(겘問可知)다. 2007년 78% 수준이었던 부채비율은 금융위기의 한복판이었던 2008년말 110%까지 치솟았지만 작년말에는 74.2%, 올 6월 현재 73%까지 떨어지면서 예전 수준을 밑돌고 있다. 총 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뺀 순차입금 역시 감소 추세다. 2008년 1460억원에 달했던 순차입금은 작년에 600억원, 올 상반기 589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 출처: 감사보고서
특히 2008년말 33%를 웃돌았던 차입금 의존도는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져 올 상반기에는 절반수준인 16%로 내려간 상태다. 현금흐름이 양호한 가운데 재무 구조에 부담이 될 만큼의 대규모 자본 투자가 없다는 점은 향후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한신정평가는 등급평정 보고서를 통해 "동원F&B가 영업환경 호전과 재고효과에 따른 이익규모 확대로 1040억원의 우수한 영업현금흐름을 시현했다"며 "하반기 경상 투자가 예정돼 있지만 중단기적으로 우수한 영업실적 시현이 예상되고 있어 내부 창출현금을 통한 원활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동원F&B의 실적 향상은 재무구조 개선으로 이어졌고, 이는 곧 회사 신용등급 상향으로 귀결됐다. 하지만 시장을 더 놀라게 만든 것은 등급 상향에 발맞춰 기민하게 움직인 회사 재무팀의 발빠른 대처 능력이었다. 동원F&B 재무팀은 등급 상향 직전 기존에 발행된 채권을 조기 상환하고, 새로운 등급을 받은 뒤 재빠르게 비슷한 규모의 채권을 낮은 금리로 다시 발행했다. 2008년 12월 2년물 9.54%로 발행됐던 4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미리 갚고, 3년물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4.85%에 조달한 것. 만기를 늘리는 동시에 이자 지급비용은 크게 낮춰 등급 상향 효과를 극대화한 셈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아울러 새로운 등급을 부여받은 업체가 새 회사채를 발행할 때 기존 등급의 금리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거나 일정기간 동안 저평가 받는 등 회사채 시장만의 통상적인 관례를 거치지 않고 무난히 발행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등급 상향과 동시에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다시 발행해 이자비용을 크게 낮춘 동원F&B 재무전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아우덕에 형님들도 줄줄이 등급상향

한편 동원F&B의 이같은 평가는 계열사인 동원산업의 등급 상향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 동원산업의 경우 안정적인 사업 기반과 수익성 향상, 현금창출능력 확대 등으로 한달 뒤 동원F&B와 마찬가지로 한 계단 등급이 상승했다. 한신정평가는 "올 2분기 후 어획량 축소와 수요 증가에 따른 참치가격 강세를 감안할 때 양호한 영업 수익성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등급 상향의 배경을 설명했다.

등급이 상향됐지만 다소 높은 차입금 수준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부분으로 지적됐다. 지난 2008년 전년대비 3배 넘게 늘어난 순 차입금은 동원산업의 재무구조를 여전히 짓누르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한신정평가는 "동원산업의 총차입금이 자기자본 및 현금창출력 대비 다소 과도한 수준"이라며 "전체 차입금의 절반 가량이 회사채와 장기 차입금 등 만기 구조가 길어 재무 안정성은 양호하다"고 분석했다.

잇따른 계열사들의 등급 상향은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등급상향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주 수입원이 계열사들의 배당인 만큼 그룹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동원산업과 동원F&B의 안정적인 영업 실적이 가장 직접적인 등급 상향의 배경이 됐다. 한신정평가는 "참치어가 강세와 환율 안정, 동원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동원F&B의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한 가격 전가력 등을 감안할 때 꾸준히 현금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 사업안정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열사 실적뿐만 아니라 동원엔터프라이즈 자체적으로 현금 창출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역시 부각됐다. 한신정평가는 "배당수익 외에 관계사의 지원부문 통합운영으로 IT용역매출, 상표권 사용료 등을 통해 현금 창출원을 다양화했고, 그 규모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며 "다양한 현금창출원은 자회사 실적에 연동하는 배당수익의 변동성을 완화시켜주는 동시에 회사의 사업안정성을 강화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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