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고서야 그리 안정된 스윙 자세를 보이던 그녀가 어찌 순식간에 필드하키 선수로 변신할 수 있는가 말이다.
라스베이거스 게임 중이었고 그녀는 승승장구, 어떤 파트너를 만나도 돈을 따고 있었다. 그녀가 잘 할 때가 많았고 못할 때도 파트너가 멋지게 커버를 해 준 덕이었다.
그러나 문제의 13번홀. 잘 맞은 듯한 티 샷이 왼쪽 벙커로 직행했고 가 보니 턱이 제법 높았다. 파트너가 “턱이 높네”하고 한 마디 던졌지만 그녀는 우드를 들었다. 지금까지 순조롭게 진행되어 온 플레이 흐름 상 이번에도 멋지게 탈출할 시나리오라고 굳게 믿는 것 같았다.
그러나 운은 운일 뿐, 마음 속으로 우겨서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턱에 맞고 수직으로 솟구쳐 오른 공은 다시 벙커로 떨어져 내리는 상황만 모면했을 뿐 다시 러프에 걸렸다.
스탠스가 매우 불안해 보였다. 턱 높다고 한 마디 툭 던졌던 파트너가 자신의 턱을 크게 벌린 채 뒤에서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그녀는 다시 우드를 고쳐 잡았다. 캐디가 클럽을 무엇으로 바꿔줄까 묻기도 전에 백스윙이 시작되고 다운스윙… 볼은 또 하늘 높이 솟구쳤다가 바로 앞에 툭 떨어졌다. 풀이 너무 길었고 클럽 헤드가 그 위에 떠 있는 공을 맞추지 못한 채 아래를 쓸며 지나갔기 때문이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녀. 곧장 볼 떨어진 곳으로 갔고 다시 그 우드로 스윙을 했다. 이번에는 뒤 땅, 그리고 다음에는 토핑…. 보다 못한 파트너가 “천천히 치라”며 그녀를 막아보려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주위 한번 둘러보지도 않고 경주마처럼 곧장 볼만 보고 가서 다시 스윙, 그리고 또 미스 샷으로 이어지는 형국이었다.
돌아보면 이유는 분명하다.
턱 높은 벙커에서 우드를 잡을 수는 있다. 단번에 탈출해서 온 그린 시키고 싶은 욕심을 부린 것이다. 분명한 판단 착오이며 실수지만 그럴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처음 미스 샷 이후 대처하는 자세, 여기서 진정한 고수와 하수의 차이가 드러난다. 고수는 반드시 한 템포 늦춘다. 다시 우드 샷을 하고 싶다 하더라도 일단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자신보다 앞에 있는 동반자가 먼저 샷을 하게 되는 상황이 있더라도 충분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안정을 찾는다.
미스 샷이 혼자 다니지 않고 두 놈, 세 놈씩 친구를 데리고 다니는 것은 바로 이런 서두름 때문이다. 성질 급한 사람이 골프 못 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골프 치면서 성격이 느긋해졌다는 사람을 간혹 만난다. 이런 사람은 분명 미스 샷 쓰나미의 아픔을 극복한 사람일 것이다. 골프가 무슨 마법처럼 갑자기 성질을 바꿔주는 것은 아니다. 잘 치려면, 그러니까 미스 샷을 줄이려면, 적어도 미스 샷 쓰나미를 피하려면...한 템포씩 끊어주는 요령이 필요하다.
템포를 끊는 방법은 각자 찾아내기 나름이다. 한 다섯 걸음쯤 걸어나갔다가 다시 원위치를 하든지, 다시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무조건 클럽을 교체하든지 말이다.
마음 급해질 때 한발 물러나는 그 기막힌 타이밍과 자신만의 템포 늦추기 방법을 터득하면 느긋해졌다는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실수도 줄어들고 실력도 늘어난다.
고수 치고 성질 급한 사람 없다. 적어도 미스 샷 한 직후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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