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와이브로, `뜨거운 정부-차가운 업계`

정부, 투자·일자리 창출 내세워 육성의지 강조
통신업계, 불투명한 수익성·대규모 투자부담 `고심`
  • 등록 2009-01-11 오전 9:00:00

    수정 2009-01-11 오전 9:00:00

[이데일리 박지환기자] 정부가 와이브로, IPTV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이를 현실화해야 하는 통신업체들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 서비스를 통해 투자와 일자리창출을 이끌어 낸다는 목표지만, 통신업체들로선 `돈이 된다`는 확실한 전망없이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017670), SK브로드밴드(033630), LG데이콤(015940) 등은 아직까지 와이브로, IPTV 등 신규 사업에 대한 그림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KT만 포화상태에 도달한 초고속 인터넷과 유선전화시장 상황을 고려, 신규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을 밝히고 있다.

다른 통신업체들은 경기침체가 심각해 투자 여력이 많지 않고 신규 사업의 경우 단기간 수익성 창출 가능성이 불투명해 기존 수익성 있는 사업분문에서의 경쟁역량을 강화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정부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거론되는 IPTV는 일부 업체의 경우 해당 사업부문의 위상이 축소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SK브로드밴드는 최근 단행한 조직 개편 및 인사에서 기존 부사장급이 담당하던 IPTV 사업부문을 네트워크 부문 담당인 전무가 겸직하도록 했다.

공식 입장은 IPTV가 기술부문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사업부문을 겸직토록 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속사정은 IPTV의 성장성에 의구심을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SK브로드밴드의 IPTV 가입자는 지난해 4월 91만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8월 76만8000으로 감소했다. 이후에도 10월 78만4000, 11월 77만9000 가입자 등 연말까지 가입자가 80만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LG데이콤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IPTV 관련 올해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SK브로드밴드와 LG데이콤은 IPTV 서비스 집중 육성에 앞서 나서고 있는 KT의 움직임을 살핀 뒤 이에 대응하는 수준에서 전략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와이브로(WiBro) 서비스도 KT를 제외하면 상황은 비슷하다.

KT와 함께 사업권을 확보한 SK텔레콤은 투자와 가입자 모집을 위한 마케팅 활동에서 다소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텔레콤은 2006년 5월 와이브로 시범서비스를 제공한 한달뒤부터 상용서비스를 개시하며 가입자 모집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말 가입자는 7000여명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와이브로 육성을 위해 와이브로에 음성을 탑재하는 서비스를 신규로 허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수조원으로 추정되는 비용부담때문에 선뜻 나서지를 못하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에도 당초 수립한 계획 이외의 투자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SK텔레콤은 당초 와이브로 부문에 총 8000억원 투자할 계획이었다. 이 가운데 지난해말까지 6000억원이 투자됐다. 잔여 투자 금액 2000억원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추가적인 투자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보고 투자를 집행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추진에도 신규 사업의 수익성 및 시장성 고민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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