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유바이오로직스(206650)가 개발을 마친 장티푸스 백신 수확기에 진입했다. 회사의 주요 매출원인 콜레라 백신이 공공시장에 집중해온 것과 달리 장티푸스 백신은 공공시장과 사설시장을 동시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장티푸스 발병률이 높은 일부 국가의 제약사들과 사설시장 공략을 위한 기술이전 논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8일 유바이오로직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수출용 장티푸스 백신인 ‘유티프-씨주멀티도즈’(이하 유티프)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유티프의 임상 3상은 지난해 12월 아프리카 지역에서 마지막 환자 방문이 끝났다. 이번 품목허가 신청은 이달 수령한 아프리카 임상시험 최종결과보고서(CSR)를 검토한 후 이뤄진 후속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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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수출 허가를 신청한 유티프멀티도즈는 바이알 하나에 5회 주사분량이 들어있다. 한 사람 당 1회분만 투약하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티프멀티도즈 하나로 최대 5명에게 주사할 수 있는 셈이다.
백영옥 유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는 이데일리에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식약처로부터 수출 허가를 받아 세계보건기구(WHO)에 사전적격심사(PQ)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도의 BBIL과 바이올로지컬E가 양분하고 있는 공공시장에 유바이오로직스는 가격경쟁력으로 침투한다는 전략이다. 회사 관계자는 “임상 3상에서 현재 누적 공급량 1위인 BBIL의 ‘Typhar TCV’를 대조백신으로 삼아 유티프의 안전성 및 면역원성에서의 비열등성을 입증했다”며 “유티프는 유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단백접합기술(EuVCT)을 바탕으로 고수율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운반단백질(rCRM197)을 사용해 개발했다. 대조백신 대비 동등한 효과를 유지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보유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장티푸스 백신 실사용국가인 아프리카에서 임상을 진행했다는 것도 향후 공공시장에서 수주할 때 이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내세균인 살모넬라 타이피 균에 감염돼 전신에 발열 및 복통을 동반해 나타나는 급성질환인 장티푸스는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통해 전파되는 대표적인 수인성 전염병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상하수도시설이 파괴되고 위생환경이 악화되면 쉽게 퍼진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발생하지만 중앙아시아나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에서 빈발하는 경향이 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유니세프를 중심으로 한 공공시장 납품과 별개로 사설시장 진출도 추진 중이다. 장티푸스 발병률이 높은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의 사설시장이 주요 목표다. 백 대표는 “유티프는 중저소득국으로의 기술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인도 회사 등 몇몇 잠재 파트너와 라이선스 아웃(기술이전)을 논의하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인도는 경쟁 백신을 보유한 제약회사 BBIL과 바이올로지컬E의 본국이기도 하지만 회사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사설시장은 제조국의 지위도 중요하므로 이를 강조해 시장에 백신을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WHO에 따르면 저개발국을 중심으로 세계에서 매년 1100만~2000만명의 장티푸스 환자가 발생하며, 이중 12만6000~16만1000명이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장티푸스 백신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19년 2억6281만 달러(약 3627억원)였으며, 오는 2027년까지 5억2532만 달러(약 7250억원)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