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 마음 안 받아줘” 유부남 25년 짝사랑 끝 ‘방화 살해’ [그해 오늘]

  • 등록 2023-10-22 오전 12:00:10

    수정 2023-10-22 오전 12:00:10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2014년 10월 22일.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이 탄 차량에 불을 내 살해한 혐의(현존자동차방화치사)로 기소된 A씨(53)는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춘천 제1형사부는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A씨를 향해 “1심 선고 형량이 지나치게 무겁지 않고, 오히려 너무 가벼운 느낌마저 든다”고 꾸짖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사진=게티이미지)
A씨는 25년 전부터 피해 여성 B씨(당시 48세)와 만남을 가지던 사이였다. A씨는 가정이 있는 상태에서 B씨를 만났고, 헤어진 이후에도 수십 년 간 연락하며 홀로 좋아해 왔다. B씨는 이에 부담을 느껴 여러 차례 이사를 가는 등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했다.

그러던 중 A씨는 2014년 1월 12일 새벽, B씨와 이성 관계 문제로 심하게 다퉜다. A씨는 수십 년 간 자신이 애정을 표현했음에도 B씨가 다른 남성을 만나는 등 마음을 받아주지 않자 그를 살해할 마음을 먹고, B씨를 자신의 차량에 태우고 강원 평창군 진부면 막동리 59번 국도 아래 공터에 차를 세웠다. 전처와 자녀에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낸 A씨는 B씨를 기절하게 한 뒤 차량에 불을 붙였다. 곧 차는 불길에 휩싸였고, 홀로 차에 남은 B씨는 그대로 사망했다.

현장에서 벗어난 A씨는 3시간 30분을 걸어 택시를 2대 갈아타고 동생의 집으로 갔다. 이 과정에서 불에 탄 옷을 감추기 위해 인근 비닐하우스에서 옷가지를 훔쳐 입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A씨는 화상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이동한 뒤에야 동생에게 ‘B씨를 찾아야 한다. 경찰에 신고하라’고 털어놨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B와 동반자살을 하려다 홀로 살아남았다고 주장했다. B씨가 ‘다른 남자를 만나지 못하게 하면 죽어버리겠다’고 해 A씨가 ‘같이 죽자’고 등의했다는 것이다. 또 A씨는 차에 불을 붙인 뒤 B씨를 구하려다가 불길이 너무 뜨거워 포기하고 도망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가 극단적 선택을 할 동기가 없고, 자동차의 문이 모두 닫힌 채 불탄 점, B씨의 유해가 상당 부분 조수석에서 발견된 점 등을 들어 A씨가 B씨를 기절시킨 후 불을 질러 살해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불길이 뜨거워 차량 문을 열고 나왔다면 차량 문이 열린 채 있어야 함에도 당시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차량의 문은 모두 닫혀 있었다”며 “피해자에게 동반자살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점 등으로 볼 때 이 사건은 우발적 범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A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살 방조’를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 역시 A씨가 치밀한 계획에 걸쳐 B씨를 살해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인적이 드문 공터로 데리고 가 실신한 피해자가 탄 차량에 불을 지른 범행으로, 수법이 잔혹하고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A씨는 상고하지 않아 징역 20년 형이 확정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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