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스위스 노바티스가 개발한 세계 최초 유전자 치료제 ‘졸겐스마’(성분명 오나셈노진 아베파르보벡)를 맞은 환자가 급성 간부전으로 사망했다. 최근 일본 아스텔라스의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도 관련 부작용으로 임상 중단이 결정됐다.
졸겐스마를 비롯한 유전자 치료제의 전달체로 쓰이는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의 간 독성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논란이 일고 있다. 유전자 치료제의 안전성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차세대 전달체 기술 확보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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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체 AAV의 간염 유발 위험...돌발상황은 아니다”
2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유전자치료제 중 유일하게 블록버스터 반열에 오른 졸겐스마에 대한 논란이 번지는 상황이다. 최근 노바티스가 해당 약물로 인한 사망 사고를 보고했기 때문이다.
노바티스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졸겐스마를 판매하는 국가에 급성 간부전 사례 2건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에서 2명의 소아 환자가 졸겐스마를 투여한 후 5~6주만에 급성 간부전으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졸겐스마는 출시 이후 각국에서 총 2300명 이상의 환자에게 투여됐다. 이런 가운데 처음으로 사망한 사례가 나왔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졸겐스마의 간부전 부작용은 약물의 ‘사용상 주의사항’에도 명시된 내용이다.
노바티스 측은 성명을 통해 “안전성에 대한 중요한 사건이지만 돌발적인 것은 아니다”며 “전체적으로 위험과 편익 측면에서 졸겐스마는 존재 이유가 분명한 약물이다”고 강조했다. 졸겐스마의 간독성 위험을 감수하면서라도 치료 대안이 없는 환자들에게 줄 수 있는 이익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졸겐스마나 스위스 로슈의 유전성 망막질환 치료제 ‘럭스터나’(성분명 보레티진 네파보벡) 등의 유전자치료제는 모두 전달체로 AAV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전자 치료제 개발 업계 A 대표는 “유전자 치료제는 교정하려는 유전자와 이를 전달하려는 전달체로 구성한다”며 “이때 산업적으로 세부 종은 달리해가며 가장 널리 쓰이는 전달체가 AAV 생물군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다양한 연구에서 AAV의 간세포 간염 문제가 거론된 것은 사실이다”며 “그럼에도 기존에 존재하는 생물이기 때문에 코로나19 리보핵산(mRNA) 백신에 쓰인 ‘지질나노입자’(LNP)처럼 특허 문제가 없는 점과 렌티바이러스와 같은 다른 바이러스 전달체와 달리 암 유발 가능성이 크게 낮은 점 등이 장점으로 꼽혀 두루 사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AAV를 사용하는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의 간부전 사망 여부가 임상 진행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9월 FDA는 일본 아스텔라스가 개발 중인 ‘X연관 근세관성 근병증’ 치료제 후보물질 ‘AT132’의 임상 1/2상을 간 기능 부작용을 이유로 중단시켰다. AT132 역시 AAV 기반 유전자 치료제이며, 임상 도중 4명의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EMA가 지난 6월 미국 바이오마린의 A형 혈우병 관련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 ‘록타비안’(성분명 발록토코진 록사파보벡)을 승인 권고했다. AAV를 쓰는 록타비안은 임상 3상에서 간 내 효소인 ‘알라닌아미노트랜스퍼라제’(ALT)를 증가시키는 등 간 독성 부작용이 확인됐지만, 스테로이드 제제로 치료가능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유전자 치료제를 위한 새로운 전달체 개발의 필요성이 강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국내외에서 세포에서 유래한 소낭(주머니)인 ‘엑소좀’이나 고분자 화합물인 ‘폴리머 나노입자’ 등을 새로운 유전자 전달체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유전자 치료제 개발 업계 관계자는 “국내 툴젠(199800)을 포함해 관련 기업이 대부분 AAV를 기반으로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중이다”며 “AAV의 부작용과 함께 거론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일부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타깃 부위로 유전자를 전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완벽한 전달체는 나오지 않았다. 추가적인 전달체 기술 확보하려는 시도를 병행해 나가야하는 이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