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독자신용등급 공시제도는)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경제에 미치는 대외변수가 한꺼번에 몰려들고 있어 기업의 신용등급이 명시적으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정책을 지금 실시하는 게 적절한 지 고민이 있다.” 지난해 9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의 임종룡 금융위원장 발언이다. 비단 독자신용등급 제도만이 아니라 신용평가정책 전반에 대한 임 위원장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금융당국 수장의 이같은 철학은 정부 조직의 인사에서도 드러난다. 신용평가 관련 제도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 산하 공정시장과 담당이다. 그러나 지난 1월4일 공정시장과장이 민간근무휴직제로 IBK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뒤 두 달 동안 사실상 공석이다. 금융위 정책홍보팀장이 관련 업무를 겸직하고 있지만, 한 나라의 회사채 시장과 신용평가, 회계, 공시 정책을 책임지는 관료가 대외 언론을 상대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렇다보니 신용평가업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들이 정부 관심사에서도 멀어질 수 밖에 없다.
독자신용등급 공시제도가 좌초된 뒤 신용평가제도 개선을 위한 TF도 더이상 소집되지 않았다. 발행기업 우위의 신용평가시장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순환평가제, 신평사 지정제 등과 수수료 체계 개선, 제4 신평사 도입 등 다양한 정책 대안 관련 논의들도 함께 사라졌다. 특히 제4 신평사 설립에 대해서는 22회 이데일리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에서도 ‘허용하자’는 의견이 다수였고 시장에서도 설립 준비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지만 원점에서부터 새롭게 출발해야할 상황이 됐다. 물론 제4 신평사를 허용하겠다고 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몸이 크면 사이즈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하듯 시장이 형성되면 이에 맞게 방향성을 정해주는 게 정부 역할이다. 부정도 긍정도 아닌 반응을 보이다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게 되면서 제4 신평사 준비업체들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고 한탄하고 있다.
▶ 관련기사 ◀
☞ [동력잃은 신용평가 개혁]②구조조정 한다며…제도개선엔 무관심
☞ [동력잃은 신용평가 개혁]③"순환제·지정제 도입도 신중해야"
☞ [동력잃은 신용평가 개혁]④“투자자 기반 새 신평사 검토 필요”
☞ [동력잃은 신용평가 개혁]⑤美·EU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 [동력잃은 신용평가 개혁]⑥신용평가시장 파이 키울 대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