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1조2700억 썼지만 '석패'..주파수 경매 진짜승자는?

LG, 사상 최대 금액 베팅..SK가 500억만 덜 썼다면
진짜 승자는 KT, 미래부도 안도..통신시장 내 LG입지 확인
  • 등록 2013-09-02 오전 12:12:17

    수정 2013-09-02 오전 12:14:08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이 롱텀에볼루션(LTE) 주파수 경매에서 무릎을 꿇었다. LG유플러스(032640)는 지난달 30일 LTE 주파수 경매 밀봉입찰에서 밴드플랜1의 1.8GHz 35MHz폭(C1)에 1조 2700억 원을 써냈는데, SK텔레콤(017670)이 밴드플랜2의 1.8GHz 35MHz 폭(C2)에 1조 500억 원을 제시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SK텔레콤의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에 석패한 셈이다.

이번 경매는 이동통신 3사가 밴드플랜1과 밴드플랜2에 베팅한 입찰금을 전부 합쳐 금액이 높은 플랜(승자플랜)을 택한 뒤, 거기서 각 주파수별로 높은 금액을 쓴 사업자에 해당 주파수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LG유플러스가 밀었던 밴드플랜1은 2조 4098억 원, KT 인접대역이 포함된 밴드플랜2는 SK텔레콤의 높은 입찰가 덕분에 2조 4289억 원을 기록해 불과 191억 차이로 밴드플랜2가 이겼고, KT(030200)는 그토록 원했던 인접대역을 차지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SK텔레콤이 KT를 측면지원한 셈인데, SK텔레콤이 견제해야 할 정도로 LG유플러스가 성장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지난 4월 한 달에 5만 1000원(2년 약정기준)만 내면 통신사와 관계없이 무제한 음성통화를 즐길 수 있는 요금제를 출시했다. 당시까지 경쟁사들은 자사 가입자간에만 무제한 음성통화요금제를 제공해 왔는데, LG유플러스의 발표이후 모두 비슷하게 내놨다.
LG 사상 최대 금액 베팅…SK가 500억만 덜 썼다면

LG유플러스가 써낸 1조 2700억 원은 주파수 경매 사상 최고 금액이다. LG는 대형 인수·합병(M&A)때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2003년 뉴브리지-AIG투자컨소시엄과 하나로통신(현 SK브로드밴드) 경영권을 놓고 다툴 때도 5000억 원 유상증자안을 부결시키면서 단독인수에서 ‘LG+외자’ 전략을 바꿨고, 결국 뉴브리지에 하나로통신 경영권이 넘어갔다.

LG유플러스가 이번에 써 낸 1조 2700억 원은 KT의 1.8GHz 인접대역 확보를 막아 이동통신시장에서 확고한 2위를 차지하겠다는 올인전략으로 평가된다. 기회가 있다면 절대 놓치지 않는 이상철 부회장의 승부사적 기질이 발휘된 셈이다.

그러나 이는 SK텔레콤이 1조 500억 원을 밴드플랜2에 베팅하면서 실패했다. LG는 SK가 배신하더라도 8500억 원 정도를, KT가 최대 9500억 원 정도를 쓸 것으로 예상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SK는 1조 500억 원, KT는 9001억 원을 써 낸 것이다. SK가 막판에 500억 원을 올리는 바람에 겨우 191억 차이로 SK와 KT가 승리한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 LTE 주파수 경매 최종 결과(2013년 8월 30일). 주파수 합계액과 사업자들이 써 낸 금액의 차이는 경매규칙상 입찰미대역은 미래부의 최저경매가격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진짜 승자는 KT, 미래부도 안도…통신시장 내 LG 입지 확인

경매 결과는 SK텔레콤의 전략이 그대로 통한 것이나, 최대 수혜는 역시 KT다. 쓰는 주파수의 인접대역을 확보해 단말기 교체 없이 지금보다 2배 빠른 ‘광대역 LTE’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돼서다. 경쟁사 대비 최대 2조 6000억 원의투자비를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SK텔레콤 역시 KT에 비교적 높은 가격을 쓰도록 유도하면서, LG의 야심을 꺾었고, 자신도 광대역 LTE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나쁠 게 없다. 미래창조과학부도 KT가 인접대역 확보에 실패했다면 야기됐을 KT노조 시위 등 ‘후폭풍’ 걱정도 덜게 됐다.

LG유플러스는 원치 않았던 주파수(2.6GHz)에 투자해야 하고,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광대역 LTE 서비스도 당분간 어렵게 됐다. 하지만, 통신시장 내 입지는 확실하게 각인했다는 평가다. LG텔레콤 시절 만년 3위에서 부동의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겁내는 후발주자로 부상한 것이다. 이 부회장이 던진 승부수가 결코 헛된 건 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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