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학파 대부' 남덕우 전 총리 별세..향년 89세

  • 등록 2013-05-19 오전 12:03:33

    수정 2013-05-19 오후 3:36:00

남덕우 전 국무총리가 18일 오후 9시55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해공 신익희 선생 56주기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하는 고인의 모습. 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나는 지금도 컴퓨터를 잘 다룹니다만은 내 나이에 컴퓨터와 친숙한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모든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사용법도 혼자서 배웠습니다. 독학이 나의 천성처럼 되었습니다.”

한국경제 성장의 산 증인이자 주역인 전 국무총리 남덕우. 박 전 대통령 시절 경제개발을 주도한 이른바 ‘서강학파’의 대부다. 한국 경제가 격동 속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룩했던 1970년대 고인은 재무부장관과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국무총리 등을 거치면서 대한민국 경제개발계획을 선두에서 지휘하며 한국경제 현대사를 써내려갔다.

고인은 1924년 10월 10일 경기도 광주에서 출생해 국민대학교(정치학, 1950)와 서울대학교 대학원(경제학 석사, 1956)을 졸업하고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및 박사학위(1961)를 취득했다. 서강대학교(64∼69년)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5년간의 각고 끝에 체계적인 미시경제학 이론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한 ‘가격론’을 세상에 내놓기도 했다.

1969년 고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제24대 재무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경제관료로서 삶을 시작했다. 이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74~78년), 대통령 경제담당 특별보좌관(79년), 제14대 국무총리(80~82년)를 연임하며 1970년대 대한민국 경제의 고도성장기를 이끌었다. 14년간 경제 전반을 주도하고 정권 과도기를 안정적으로 이끌며 수출한국의 신화를 일군 3·4·5공화국 경제와 정치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공직 생활을 마감하고 1983년부터는 한국무역협회 회장(83~90년)으로 재임하며 삼성동 종합무역센터 건립을 주도했다. 또 다양한 무역지원제도를 건의하고 민간통상외교로 무역인프라 구축을 통해 무역입국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산학협동재단 이사장(83~91년), 한일협력위원회 회장(05년~13년), 한국선진화포럼 이사장(05년~13년)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가격론》(1970), 《태평양 공동체와 무역정책》(1980), 《국제화 시대의 한국경제》(1997), Korea’s Economic Growth in a Changing World(1997), 《동북아로 눈을 돌리자》(2002), 《한국, 과거를 딛고 미래를 보자》(2007) 등이 있다.

고인은 수년 동안 전립선암을 앓아 오다 지난 6일 노환이 겹쳐 이달 초 서울 강남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장례는 한덕수 무협 회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장례위원장을 맡아 사회장으로 진행된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이며 22일 영결식이 거행된 후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최혜숙 여사와 장남 남기선 ㈜EVAN 사장, 차남 남기명 동양증권 전무 등이 있다.

고인이 경제기획원장관 시절인 지난 1976년4월 1분기 국내 경제동향을 밝히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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