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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현지시간) 도쿄 시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엔도 노부히로 NEC 사장은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NEC는 이날 그룹 전체 직원 11만명의 약 4%인 5000명과 협력회사 직원 5000명 등 총 1만명 이상을 구조조정한다고 밝혔다. 사업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인력을 감원해서라도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NEC는 또한 2011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실적 전망치를 기존 150억엔 흑자에서 1000억엔 적자로 바꿨고, 2년 전에 내건 올해 `4조엔의 매출 달성` 목표도 철회했다.
이 같은 부진에 빠진 것은 지난해 발생한 태국 대홍수로 현지 통신장비 공장이 피해를 입었고, 휴대폰 사업도 삼성전자(005930) 등 한국 경쟁사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산케이신문은 "한때 세계를 석권한 전자 업체들이 미증유의 위기에 빠져 있다"고 개탄했다. ◇ 닌텐도·파나소닉 등 적자 예고..엔고·유럽위기 등에 발목
세계 게임 산업을 주물렀던 닌텐도는 엔고와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30년 만에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닌텐도는 2011회계연도 순손실이 650억엔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전년 776억엔 흑자에서 적자전환한 것이며, 이 회사가 지난 1981년 연결 재무재표를 공개한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닌텐도는 작년 2월에 3D가 지원되는 휴대용 게임기 `3DS`를 내놓았으나 인기 게임 소프트웨어가 부족한데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밀리면서 부진을 겪게 됐다. 주요 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경기 후퇴로 수요가 줄어든 것도 주요 요인이다.
파나소닉과 소니 등 디지털 가전제품 사업 비중이 큰 업체들도 적자가 확실해 보인다.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특히 TV 사업의 경우 엔고와 높은 법인세, 전력 부족 등 경영 환경 악화로 "팔면 팔수록 적자"라는 한탄이 흘러나오고 있다. 파나소닉의 경우 원화 약세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삼성전자 등에 밀리자 효고현에 위치한 TV용 플라즈마 패널 생산을 일부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히타치제작소도 자국에서 평면 TV 생산을 오는 9월까지만 하고 이후에는 중국 등 해외업체에 위탁한다는 방침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엘피다는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대만 난야와 경영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D램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반도체와 경쟁하기 위해선 경쟁사들과 통합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소니도 분식회계 스캔들로 만신창이가 된 올림푸스에 관심을 보내고 있다. 소니 외에도 후지필름, 의료기기 업체 테르 등이 올림푸스와 자본 및 업무 제휴를 제안하고 있는데 이들은 올림푸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본 대표 수출 품목인 가전 명성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일본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에 따르면 일본에선 작년부터 가전제품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았다. 경제산업성이 26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해외에 자회사를 가진 일본 제조사 비율은 역대 최고치인 24.9%를 기록, 제조업의 산업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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