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이 보여준 환영의 강도는 오히려 당사자인 중소기업보다도 더 따뜻하고 흐뭇한 것이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벌어진 칭찬 릴레이는 "긴 폭우끝 햇볕처럼 반갑다"로 시작해 "국민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하나의 계기"로 끝을 맺었다.
그동안 대기업의 MRO 사업을 질타해 온 정치권으로서는 삼성이라는 뜻밖의 대어(?)를 낚은 것에 대해 이 정도 화답은 기본이라 생각했으리라.
이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 뭔가 뒷맛이 개운치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기업들이 MRO사업을 영위하며 벌어졌던 여러 폐해들, 시장을 독점하거나, 중소기업 사업영역을 침범하거나, '갑'의 지위를 남용하거나 하는 행위들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특히 MRO사업이 일부 대기업 오너들의 경영권 승계 도구나 자산 불리기 수단으로 악용되는 일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당장 삼성이 내놓은 아이마켓코리아(IMK)의 매각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소기업 동반성장이라는 대의가 담겨있는 매물이라 국내 대기업·중견기업이 가져갈 수 없는 상황. 따라서 외국 기업이나 자본으로의 매각이 유력하다. 연간 영업이익 400억짜리 알짜 회사를 '울며 겨자먹기'로 외국에 팔아야 하는 것이다. '죽 쑤어 개 준다'는 속담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특히 외국 회사가 IMK를 인수하게 되면 그동안의 거래선도 바뀔 수 있다. 국내 납품 물량을 가격이 더 싼 중국 등으로 옮길 경우 동반성장이라는 명분마저 잃게 된다.
또 하나의 대안인 중소기업들이 중기중앙회를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하는 방안 역시 마뜩잖다. 이 경우 중소 납품업체들 사이에서는 중기중앙회를 상대로 물량 확보를 위한 치열한 로비전을 펼쳐야 한다. 품질이나 가격 경쟁력이 아닌 지연, 학연 등이 동원되는 로비력이 납품 여부를 좌우할 경우 부정부패가 뒤따르는 것은 당연지사다.
언젠가부터 우리 정치권은 '친서민'을 입에 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을 몰아세우는 것이 중소기업과 서민을 위한 것인냥 착각하는 경향도 커졌다. '대기업 때리기'가 능사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모든 것을 싸잡아 매도하면서 더 큰 국가적 손실을 자초하는, 어리석은 짓을 해서는 안된다. 이번 논란만 해도 MRO 계열사를 통해 세금 안내고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려는 일부 몰지각한 오너들에게 문제의 초점이 맞춰져야 옳다. 그 이상은 과하다.
이제 정치권은 IMK 매각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책임과 의무가 생겼다. 이미 시장에 깊숙이 개입을 한 셈이니 나중에 '한건주의'로 끝났다는 비난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애프터 서비스'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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