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는데 장사없네`…외국계 연일 `뒷북`

롯데쇼핑·한국타이어·포스코 등 재평가 잇따라
투자의견·목표가 `껑충`…"신뢰도 흠집" 지적
  • 등록 2009-08-02 오전 10:05:00

    수정 2009-08-02 오전 10:05:00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국내 증권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전망을 유지해온 외국계 증권사들이 잇달아 `항복 선언`에 나서고 있다.

호재가 터지고 주가가 오르자 이를 감당하지 못한 외국계 증권사들이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이례적으로 대폭 상향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실적이 호전되고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주가가 크게 뛰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외국계 증권사들의 소위 `뒷북`식 보고서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6월 엔씨소프트를 놓고도 뒷북 보고서 논란을 낳았던 씨티그룹은 지난달말에도 롯데쇼핑(023530)에 대해 동일한 행태를 반복, 눈총을 샀다.

씨티는 "거시경제 전망이 더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롯데쇼핑의 상반기 실적도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며 투자의견을 종전 `매도`에서 단숨에 `매수`로 상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를 15만4000원에서 37만원으로 2배 이상 높였다.

올해와 내년 추정 순이익을 3~7% 상향 조정한 것은 물론이고 소매업종에 대한 밸류에이션을 종전 올해 PE대비 6배에서 내년 이익대비 14배로 높였다. 결국 그동안 롯데쇼핑에 대해 보수적이던 씨티로서는 어쩔 수 없이 이런 선택을 했음을 보여주는 것.

UBS증권도 마찬가지. UBS는 한국타이어(000240)의 이익 모멘텀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그동안 우리의 이익 추정이 너무 보수적이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투자의견을 종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를 1만5000원에서 2만3000원으로 높였다. 올해와 내년, 2011년 추정 EPS도 각각 59%, 56%, 42% 상향 조정했다.

UBS는 이뿐 아니라 꿋꿋하게 `매도`의견을 유지해온 삼성전기(009150)에 대해서도 2분기 실적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투자의견을 6개월만에 `중립`으로 상향 조정했다. 목표주가도 4만5000원에서 6만9000원으로 크게 높였다.

그리곤 "우리가 삼성전기의 비용절감 능력에 대해 과소평가했었다"며 역시 오류를 인정했다.

유럽계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삼성SDI(006400)에 대해 종전 360억원 영업적자를 낼 것이라던 전망을 접고 610억원 흑자를 낼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에 따라 삼성SDI에 대한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하회`에서 `중립`으로 상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를 6만5000원에서 10만8700원으로 크게 높였다.

이밖에도 목표주가 30만6000원, 투자의견 `매도`로 포스코(005490)에 대해 가장 좋지 않은 전망을 유지하던 골드만삭스도 지난주말 실적 개선을 이유로 목표주가를 49만590원으로, 투자의견을 `매수`로 올려 버렸다.

이들 종목들 모두에게 공통적인 것은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뛰고 있었다는 점으로, 해당 증권사들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주가 상승에 따라 후행적으로 조치를 취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롯데쇼핑은 지난달 20일 26만2500원이던 주가가 월말에는 30만7500원까지 뛰어 11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한국타이어는 2주일새 1만5150원에서 1만9700원으로 뛰었다.

또 삼성전기는 6만400원에서 6만9600원으로, 삼성SDI는 9만7000원에서 10만7500원으로 각각 급등했다. 포스코 역시 지난달 8일 4만2000원에서 월말에는 50만2000원까지 급등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만큼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 조정이 늦을 수 밖에 없긴 하지만, 사전 시그널없이 이렇게 큰 폭으로 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스스로 신뢰에 흠집을 내는 행동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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