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의 나라' 멕시코서 반전…첫 여성·유대인 대통령 배출

좌파 집권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압승
멕시코 대선 ‘사상 최초’ 신기록 잇따라
마초 문화 유리천장 깨…역사적 선거 평가
  • 등록 2024-06-03 오후 4:28:30

    수정 2024-06-03 오후 7:06:19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멕시코에서 200년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남성 우월주의가 강해 이른바 ‘마초의 나라’로 불리는 멕시코에서 정치권 유리천장이 처음으로 깨져 국가적으로 커다란 변화의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좌파 집권당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면서 6년 전 멕시코에서 시작된 중남미 좌파 정부 연쇄 출범 기조에 다시 탄력이 붙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3일(현지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집권 여당 모레나의 대통령 후보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선거에서 승리한 후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멕시코 헌정사 200년만 첫 여성 대통령

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INE)는 멕시코 대선에서 좌파 집권당의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 소속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1) 후보가 대권을 거머쥐어 멕시코 정부를 이끄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투표소의 무작위 표본을 통해 투표 추세를 예측하는 ‘퀵 카운트’ 결과 셰인바움은 58.3~60.7%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파 중심 야당연합 소치틀 갈베스(61) 후보는 26.6~28.6%로 뒤를 이었으며, 중도좌파 시민혁명당 소속인 호르헤 알바레스 마이네스(38) 후보는 9.9~10.8%로 최하위에 그쳤다.

이로써 셰인바움의 압승으로 멕시코는 1824년 헌법 제정 후 200년 만에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게 됐다. 이번 멕시코 대선은 1·2위 모두 여성 후보가 차지하며 ‘여풍’이 몰아쳤다.

셰인바움의 득표율은 최대 60%까지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렇게 되면 현직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보다 훨씬 더 높은 지지율로 당선되는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멕시코 현지 언론은 이번 대선이 역사적인 선거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평가하며, 여성 대통령이 가부장적 문화가 여성의 발전을 가로막는 ‘마초’ 국가라는 멕시코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감을 드러냈다. 미 언론도 전통적으로 마초적인 분위기가 강한 멕시코에서 여성들은 미국보다 30년 늦은 1953년이 돼서야 투표권을 획득했는데 북미 지역에서 멕시코가 미국과 캐나다를 제치고 가장 먼저 여성 대통령을 배출해 의미가 남다르다고 평가했다.

셰인바움의 당선으로 멕시코 대선은 ‘사상 최초’ 신기록을 쏟아냈다. 1962년생인 셰인바움은 멕시코 수도인 멕시코시티 태생으로 중남미 최고 명문대인 멕시코국립자치대(UNAM·우남)를 졸업한 과학자 출신이다. 화학자 아버지와 생물학자 어머니 밑에서 자라 셰인바움 역시 물리학 학위와 에너지 공학 석·박사 학위를 땄다. 중산층 유대인 집안에서 자란 그는 ‘멕시코 최초의 유대인 대통령’이란 타이틀도 얻게 됐다. 2000년 멕시코시티 환경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정계에 입문했으며, 2011년 현재 여당인 모레나가 창당할 때 합류했고, 2018년엔 멕시코시티 최초로 여성 시장으로 당선돼 지난해까지 재임했다.

3일(현지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집권 여당 모레나의 대통령 후보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선거에서 승리한 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로이터)
좌파 정권 재창출…중남미 제2핑크타이드 기세 이어져

셰임바움의 승리로 집권 여당인 모레나는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마리오 델가도 모레나 당 대표는 일찌감치 “셰인바움이 ‘매우 큰’ 차이로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셰인바움이 다른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압승한 데에는 임기 말인데도 지지율이 60%대인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인기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오브라도르의 후계자를 자처하고 나선 셰인바움은 국정 수행 과정에서 온건한 이민 정책 추진, 친환경 에너지 전환 가속, 공기업 강화 등 현 정부 정책을 대부분 계승·발전시키겠다고 공약했다.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가 동시에 치러진 이번 멕시코 선거에선 작년 9월 이후 20건 이상 정치적 살해가 발생하는 등 갱단에 의한 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투표 당일인 이날 역시 일부 개표소에서 총격으로 2명이 사망하는 등 유혈 사태로 얼룩졌다. 셰임바움은 취임 이후 치안과 안보 문제를 비롯해 무역, 마약 밀매 단속, 이민 관리에 이르기까지 여러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또 멕시코는 한동안 주춤했던 남미의 온건 좌파 정부 물결을 이어가게 됐다. 멕시코는 2000년대 초반 중남미를 휩쓸던 핑크 타이드 이후 ‘제2의 핑크 타이드’라고 불리는 최근 좌파 정부의 연쇄 집권에 동력을 불어넣었다.

셰인바움은 오는 10월 1일 대통령에 취임한다. 임기는 2030년까지 6년 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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