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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며칠 전만 해도 카카오가 에스엠 지분 9.05%를 확보하며 카카오와 에스엠이 손잡고 하이브와 어깨를 견줄만한 딜을 성사시켰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하이브가 이수만 에스엠 전 총괄프로듀서와 손을 잡고 단숨에 이를 제친 것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이브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1.92% 하락한 19만5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과 동시에 7% 넘게 오른 21만2500원에 거래를 시작하고 오전 중 10.19% 오르며 21만8500원선을 터치했지만 낙폭을 키우며 하락 마감했다. 반면 에스엠은 전거래일보다 16.45% 상승한 11만4700원에 장을 마쳤다. 카카오는 4.65% 하락했다.
에스엠 인수 쟁탈전에서 하이브가 우선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다. 지난 7일 카카오가 유상증자를 통해 에스엠 신주 123만주와 전환사채(CB)를 통해 기존 주식 114만주를 취득하면서 9.05%를 학보한 2대주주로 올라섰을 때만 해도 시장에선 “카카오-에스엠 연합이 하이브와 어깨를 견줄 규모로 올라설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불과 사흘 만에 하이브가 이수만이 보유한 보통주 14.8%를 확보하면서 카카오와의 격차를 벌린 것이다.
결국 인수전 판정패가 카카오 단기 주가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카카오가 하이브보다 지분상 우위를 확보하려면 재무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엔터 담당 한 애널리스트는 “더 이상의 지분 확보가 부담되거나 에스엠 2대 주주에 그치거나 둘 중 하나로 해석되는 측면이 크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브가 먼저 에스엠 지분 인수에 눈독을 들여왔다. 이 때문에 카카오가 급하게 에스엠 유상증자와 CB 투자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이브의 에스엠 인수에 대해 카카오가 맞불 성격의 딜을 제시한 것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에스엠의 문제에는 라이크기획으로 인한 영업이익 훼손이라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라며 “그 리스크가 해소되면 이전보다 재무구조가 나아질 것이란 기대에서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과제로는 카카오와 하이브의 에스엠 인수전이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것임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 꼽힌다. 최 연구원은 “에스엠 주주는 그동안 너무 많이 고통받았다”며 “누가 가져가더라도 에스엠 주주 가치를 보호하고 기업가치를 키우는 데 정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문제가 됐던 에스엠의 자회사 라이크기획 등의 이슈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카카오가 에스엠을 인수하게 된다면 이번 딜이 카카오엔터 기업공개(IPO)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약속해야 하며, 반대로 하이브가 가져가더라도 에스엠과의 독립적인 운영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