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름 손가락' 딛고 우승..서형민 "피아노 계속 쳐야겠네요"

獨 본 텔레콤 베토벤 국제 콩쿠르 1위
왼손 네 손가락 손톱 들뜨고 염증 생겨
"고름 차오르면 고통 심해서 잠도 못자"
16일 우승자 콘서트 마치고 귀국 예정
  • 등록 2021-12-13 오전 11:25:09

    수정 2021-12-13 오후 9:08:47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마지막 도전 무대라는 생각으로 나간 콩쿠르였어요. 음악만 생각하면서 편한 마음으로 임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어요. 피아노 때려칠까 정말 많이 고민했는데, 계속 해야겠네요.(하하)”

피아니스트 서형민의 왼손 모습. 고름을 짜내고 손톱을 잘라내 엉망이 됐다(사진=서형민)
지난 11일(현지시각) 독일 본에서 폐막한 본 텔레콤 베토벤 국제 콩쿠르에서 1위와 3개 부문 특별상(슈만 최고해석상, 실내악 특별상, 협주곡 최고해석상)을 수상한 피아니스트 서형민(32)은 13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금호영재’ 출신인 서형민은 10살에 도미해 2001년 오디션 우승을 한 후 뉴욕필하모닉과의 협연으로 국제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2013년 센다이 국제 음악 콩쿠르 2위 및 은메달, 2016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입상, 2016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1위, 2017년 헤이스팅스 국제 피아노 협주곡 콩쿠르 2위, 빈 베토벤 국제 피아노 콩쿠르 4위, 2018년 리나 살라 갈로 국제 피아노 콩쿠르 한국인 최초 2위, 2018년 국제 독일 피아노 어워즈 우승, 2019년 비오티 국제 음악 콩쿠르 2위 등을 수상하며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낸 피아니스트다.

하지만 2015년을 즈음해 ‘손톱’이 그를 괴롭혀 왔다. 왼손 네 손가락의 손톱이 들뜨고 염증이 심해지면서 수 없이 고름을 짜내고 손톱을 잘라냈다. 통증을 줄이려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아가며 연주하는 일이 잦았다. 2016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는 치료를 받지 못해 고름이 가득 차오른 상태로 경쟁해 1위에 올랐다. 무엇보다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여야 하는 피아니스트에게는 치명적인 병이다. 그는 “자주 고름이 차오르는데, 고통이 심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라면서 “삼성병원, 서울의료원 등 큰 병원들을 찾아다녔는데, 아직 병명도 모른다”며 답답해했다.

피아니스트 서형민(사진=금호문화재단)
이 때만 해도 ‘피아노는 너무 하고 싶은데, 병 때문에 그만 둬야할지’를 고민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기대만큼 연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등 녹록지 않은 현실에 부딪혀 피아니스트로서의 한계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서형민은 “어떤 무대든 가리지 않는 데도 연주 기회가 생기지 않아 늘 연주에 목말라 했다”면서 “클래식 시장이 더 이상 커지지 않는 상황에서 우수한 연주자들이 계속 배출되다 보니 ‘이제 다른 일거리를 찾아야 하지 않나’ 고민이 많았다”고 부연했다.

‘마지막일 수 있다’고 생각했던 콩쿠르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희망의 무대’가 됐다. 무엇보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작곡가인 베토벤의 이름을 딴 콩쿠르에서 1위에 올랐다는 점에 무척 기뻐했다. 심사위원들로부터 “9명의 심사위원 모두 당신에게 1위 표를 던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감격의 눈물도 쏟아냈다. 콩쿠르를 계기로 다시 자존감을 찾은 서형민은 “이젠 피아노를 계속해야 할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번 콩쿠르 우승으로 무대에 대한 갈증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서형민은 “독일 베를린, 뮌헨, 본, 프랑스 파리 등 유럽 약 30개 지역에서 연주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서형민은 오는 16일 독일 본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리는 우승자 콘서트를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다. 내년 1월 26일에는 서형민이 예술감독을 맡은 앙상블 노이에의 첫 공식 연주가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다. 그는 이날 공연에서 지휘와 함께 피아노를 연주한다. 내년 2월 15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독주회를 갖는다.

피아니스트 서형민이 지난 11일(현지시각) 독일 본에서 폐막한 본 텔레콤 베토벤 국제 콩쿠르에서 1위를 수상하고 있다(사진=금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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