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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두 사람이 ‘은퇴’라는 과정을 거치며 그 호칭이 희미해져 가는 사이 십수년째 ‘국민OO’ 타이틀을 유지하는 사람이 있다. 2000년대 중후반 ‘국민MC’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뒤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유재석씨가 주인공이다. 세간에 알려진, 또는 알려지지 않은 선행까지 더해지면서 예능을 넘어 전 분야 통틀어 가장 호감 가는 연예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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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유재석씨가 최근 자신의 소속사인 연예기획사 ‘안테나’ 수장 유희열씨와 함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 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카카오엔터는 지난달 25일 ‘유상증자 결정’를 통해 유희열씨 등 35명에게 총 1377억5167만원(53만9957주) 규모의 신주를 발행하고 직원 778명을 대상으로 총 43만1022주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한다고 공시했다.
유희열씨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신이 대표로 있는 ‘안테나’ 지분을 카카오엔터에 전액 매각하고 받은 70억원을 카카오엔터에 재투자해 지분 0.07%(2만7438주)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유재석씨도 카카오엔터 지분 취득에 참여했다는 게 골자다. 유재석씨의 투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는데 일정 수준의 이상의 지분 거래만 공시하는 관행상 기준을 밑도는 금액을 투자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법적·윤리적으로 문제 될 게 없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설왕설래가 시작된 것은 ‘유재석씨가 회사와 지분관계로 얽히는 것은 싫다며 지분 취득을 거절했다’는 보도 때문이었다. ‘유재석은 투자에 나설 리 없다’거나 ‘현명하다’는 댓글이 쏟아졌고 반대로 ‘투자 유무와 현명한 게 무슨 상관이냐’는 반론까지 더해지며 댓글창이 시끌시끌했다.
업계의 설명을 종합하면 유재석씨의 투자 참여는 사익 추구의 목적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 증가를 위한 투자를 감행했다면 유희열씨에 버금가는, 혹은 그 이상의 금액을 투자해도 이상할 게 없기 때문이다. 다만 카카오엔터 설명처럼 ‘본인이 소속된 회사의 중장기 발전을 위해 힘을 실어달라’는 점에 동의했다는 점은 유추할 수 있다. 유재석씨 입장에서도 해당 이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음을 인지하고도 투자에 참여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유상증자 이슈 같은 경우 하루 이틀 안에 협의가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쩌면 유재석씨가 소속사 계약을 할 당시(7월)부터 관련 논의가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며 “자신의 소속사를 인수한 회사(카카오엔터)가 기업공개(IPO)라는 중요 단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무작정 (투자)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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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씨의 투자 소식이 유독 화제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국민MC’라는 타이틀의 무게 때문일 것이다. 이 와중에 사실과 다른 ‘(카카오엔터) 투자를 안 한다더라’는 소식이 나오자 ‘잘했다’거나 ‘옳은 선택을 했다’는 잣대를 들이댄 점도 한몫했다. 앞서 언급한 대중의 ‘크고 작은 잣대’가 이번에도 적용된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국민MC의 투자’라는 이슈에 아이러니하게도 카카오엔터는 돈 주고도 사지 못할 역대급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아니라고는 해도 카카오엔터 뒤에 유재석과 유희열이라는 이름이 아른거리게 돼서다. 가시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형의 홍보 효과는 다가오는 IPO 과정에서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 확실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어쩌면 카카오엔터가 내심 바랬던 점도 이런 것일 수 있다.
카카오엔터는 내년 상반기 예비심사청구에 돌입하고 하반기에 상장할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를 12조 3900억원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여의도 증권가 예상처럼 증시에 입성한다면 국내 대표 엔터사인 하이브(352820) 시총을 뛰어넘을지도 벌써부터 관심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 상장 때를 보더라도 사업적인 포트폴리오도 중요하지만 결국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판단에 있어서 소속 연예인들의 업계 내 영향력이나 향후 유지 가능성 등이 중요한 요소”라며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유재석씨와 유희열씨의 참여가 카카오엔터 상장에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