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숨진 전직 공무원 발견한 청소업체 “개탄스럽다”

  • 등록 2021-06-05 오전 12:15:00

    수정 2021-06-05 오전 12:15:00

[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상사에게 성추행 피해를 입고 직장을 그만뒀던 전직 공무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클린어벤져스 유튜브 캡처.
인천미추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미추홀구 한 아파트에서 전직 세무공무원 A(30대·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타살 혐의점이 없어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족이 시신의 부검을 원하지 않아 부검하지 않고 인계했다”고 밝혔다.

인천의 한 세무서 소속 공무원이었던 A씨는 지난 2017년 회식 중 성추행을 당했다며 50대 공무원 B씨를 고소했다. B씨는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회식 자리에는 동료 직원 7~8명이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17년 11월 온라인 커뮤니티에 피해 상황과 2차 피해 호소 글을 올리기도 했다.

A씨는 “팀 전체 회식 날 좋은 일식집에 가서 식사를 하게 됐고 과장님도 격려 차원에서 참석했다”며 “2차로 노래방에 갔을 때 과장님이 손을 꼭 부여잡고 ‘너를 총애하는 거 알지’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몸을 빼려고 하니 더 밀착하면서 ‘널 볼 때마다 집사람 생각이 난다’며 허벅지 등을 만지기 시작했다”며 “몇 번 도망갔는데도 따라와서 볼을 부비며 ‘오빠가 인사 잘 봐 줄게’라거나 ‘너 탄탄대로 걷게 해 준다’며 XX여자 끌어안듯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문자메시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이후 A씨는 2차 피해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조직을 시끄럽게 한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있다”며 자신에 대한 음해성 소문이 돌고 있다고 토로했다.

A씨는 ‘그 여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떠들고 다니는데 확인 안 되고 사무실 출근도 안 하고 전과 16범이라네요. 과장님 좋은 분인데 맘고생으로 살이 쪽 빠졌대요’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결국 A씨는 직장을 그만뒀다.

사망한 A씨를 발견한 사람은 특수청소 업체 ‘클린어벤져스’ 직원이다.

클린어벤져스 측은 지난해 A씨의 의뢰를 받고 ‘헬프미프로젝트’라는 청소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이 프로젝트는 클린어벤져스가 정신적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의 집을 청소해주는 기부 프로젝트다.

클린어벤져스 직원들은 A씨 집을 청소해 준 후에도 인연을 이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어벤져스는 “저희가 진행하고 있는 콘텐츠인 ‘헬프미프로젝트 3화’ 의뢰자분께서 며칠 전 유명을 달리하셨다”며 “고인이 출연했던 온라인 영상 클립을 비공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과는 촬영 이후 수차례 전화통화로 안위를 계속해서 물었다. 지난 3월 청소를 요청해 청소도 도와줬다. 굉장히 밝아진 모습에 저희 모두 안도하고 기쁜 마음이었다”라고 말했다.

또 “A씨는 ‘나처럼 어려운 사람들과 세상에 나오지 못하는 이웃들에게 소중하게 사용해주세요’라며 기부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클린어벤져스 측은 “며칠 전 새벽 2시 저희에게 전화를 주셨지만 자느라 전화를 못받았다”며 “다음날부터 전화를 계속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회사 직원이 A씨 집으로 찾아가서 고인의 유지를 최초로 발견했다”고 말했다.

특히 회사측은 “고인을 이렇게 비극으로 만들어 놓은 해당 피의자는 아직도 고위직 공무원으로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다고 한다”며 “피의자는 아무 거리낌 없이 여전히 잘 살고 있는데 피해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힘들게 살아왔다는 생각에 너무도 화가 나고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라고 분노했다.

아울러 “저희는 유족의 부탁으로 고인의 유품 정리 등 이승에서의 힘들었던 흔적을 지우려 한다. 개탄스럽고 눈물이 난다. 부디 그곳에서는 꽃보다 어여쁘게 누구보다 행복하게 사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 “부당함을 보고도 묵인하고 거기에 한술 더 떠서 단체로 의뢰인을 따돌린 사람들도 똑같은 가해자라고 생각된다. 피해자가 무슨 죄라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냐”라고 분노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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