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참모들에 “개별 사안을 넘어서 종합적으로 병영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하고 근본적인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이 기구에 민간 위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군 사법체계에도 칼을 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런 사고가 되풀이되도록 하지 않도록 하는 체계를 만들라”면서 특히 군사법원법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요청했다. 해당 법개정안은 군 장병이 공정하게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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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에 따르면 공군 군사경찰은 이 모 중사의 성추행 피해 신고 한 달여 뒤인 4월 7일에야 장 모 중사를 기소 의견으로 군 검찰에 송치했다. 이 전 총장은 1주일이 지난 4월 14일 ‘주간보고’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처음 보고받았으나 조사나 대책 마련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한달여가 더 지난 5월 23일 이 중사는 숨진 채 발견됐고 이 전 총장은 이틀 뒤인 25일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로 관련 상황을 보고했다.
이 전 총장이 서 장관에게 보고한 것은 이 중사의 유족이 고인이 숨진 채 발견 당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폭로하는 글을 올린 것이 계기였다. 이틀 뒤 국방부 양성평등과가 공군에 사건에 대한 확인을 요청한지 3시간 뒤 이 전 총장은 서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관련 내용을 보고 했다.
같은 날 공군은 국방부 조사본부에도 정식 수사서류를 보냈는데, 서류에는 ‘단순변사’로 기재했다. 성추행 관련 내용은 기록이 남지 않게 전화로 보고하고, 서류상으로 성추행 사실이 남지 않도록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서 장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엄격한 수사를 요청한 뒤에야 국방부는 수사 주체를 공군에서 국방부 검찰단으로 이관했다. 그 기간 공군 검찰단은 가해자에 대한 조사를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가해자 장 중사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고도 뭉갠 정황도 있다.
합수본은 또 이 중사의 유족이 고소한 2명에 대해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방부는 감사관실을 통해 공군 양성평등센터와 이 중사가 근무한 제20 전투비행단, 제15특수임무비행단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공군 양성평등센터는 이 중사가 장 모 중사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본 지 사흘만인 3월 5일 관련 내용을 인지했지만 국방부에 즉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