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점수 좋은데, 이자 더 낸다?"···NH농협은행 '금리역전', 왜?

중·저신용 차주 구간서 금리역전 지속
750~701점 구간 가산금리, 가장 높아
"이례적···내부 신용평가모델 영향 예상"
  • 등록 2022-12-13 오후 5:46:31

    수정 2022-12-14 오후 4:46:00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신용점수 올리는 법’이 차주들 사이에 잇따라 공유되고 있다. 한 푼이라도 대출이자를 아끼기 위해서다. 그런데 최근 차주들의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하는 사례가 나와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신용점수가 더 높은 차주가 낮은 차주보다 금리가 더 높은 ‘금리 역전현상’이 또 벌어졌다.

최근 NH농협은행의 일부 신용점수 구간에서 벌어진 일이다. 눈길을 끄는 건 지난 8월 이후 신용대출 평균금리 분석결과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신용점수가 더 높은 차주(750~701점)의 금리가 점수가 낮은 차주(700~601점대)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8월부터 금리역전현상 지속 발생

13일 은행연합회의 신용대출 금리 공시에 따르면 11월 농협은행의 신용점수 750~701점 구간(6구간)의 평균 신용대출 금리는 8.36%를 기록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은 700~651점(7구간)과 650~601점(8구간)보다 각각 0.80%포인트(p), 0.84%포인트 높은 수치다. 11월 구간별 금리를 보면 6구간은 8.36%, 7구간은 7.56%, 8구간은 7.52%로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8월부터 신용점수를 50점씩 구간별로 나눠 신용대출 금리 공시하고 있다. 통상 신용점수가 높을수록 신용이 좋아 평균대출 금리도 낮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예컨대 11월 공시 기준으로 KB국민은행의 1000~951점(1구간)의 신용대출 금리는 5.66%, 950~901점(2구간) 5.97%, 900~851점(3구간) 6.73%, 850~801점(4구간) 7.01%, 800~751점(5구간) 7.64%, 750~701점(6구간) 8.31% 등이다.

그러나 농협은행의 경우 중저신용자로 분류되는 750점~601점 구간(6~8구간)에서 신용점수가 좋을수록 오히려 평균금리가 비싼 구간별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신용대출 금리수준 높아질수록 6구간과 7·8구간 간의 금리 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이는 지난 8월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8월 공시 기준으로 농협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6구간(7.29%) △7구간(7.00%) △8구간(6.88%)을 기록했다. 금리 차로 보면 6구간의 평균금리가 7구간 금리보다 0.29%포인트 높았다. 같은 구간 기준으로 보면 9월은 0.44%포인트, 10월은 0.60%포인트 각각 차이가 났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한두 달 정도 금리 전략이나 신용대출 상품 비중에 따라 구간별 신용대출 금리 역전현상이 나타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8월 이후 11월까지 상당기간 동안 한 구간에서 금리 역전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중에서 구간별 금리 역전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곳은 NH농협은행이 유일했다. KB국민·하나·우리은행은 8월부터 11월까지 신용점수가 높을수록 평균금리가 낮았다. 신한은행도 10월 7, 8구간을 제외하고는 신용점수 좋으면 금리도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들은 현재 모두 같은 신용평가(CB)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신용점수를 기준으로 신용대출 평균금리를 공시하고 있다.

은행권에선 신용점수가 높으면 연체율이 낮아 위험부담이 적은 만큼, 이자를 덜 받는 게 통상적이다. 업계 관계자들도 농협은행의 일부 구간에서 신용이 높은 차주가 신용이 낮은 차주에 비해 높은 이자부담을 져야 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의아해했다.

다만 이런 역전 현상이 농협은행을 사용하는 차주들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이거나 혹은 농협은행이 전략적으로 해당 차주들의 금리를 조정하는 것일 수 있다고 봤다.

6구간 가산금리 더 높아…NH “특별한 요인 없다”

8월 이후 농협은행의 가산금리를 살펴보면, 은행연합회에서 공시하고 있는 전 구간(1~9구간)을 통틀어 6구간의 가산금리가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와 이 가산금리를 더한 값에 가감조정금리를 빼서 결정되는 구조다. 개별 은행들은 가산금리와 가감조정금리 등을 조정해 대출금리를 조절한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신용대출 프라이싱에는 부채 구성, 거래 기간, 예치 금액 등 다양한 요소가 종합적으로 적용되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신용점수”라며 “신용점수가 좋으면 더 저렴한 값에 대출을 할 수 있는 게 일반적이데, 해당 등급의 가산금리가 높다는 것은 모수가 많아 부도율이 높거나 혹은 은행의 전략적인 측면이 고려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농협이라는 특수성이 종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구체적인 원인은 세부적으로 분석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해당구간 차주를 역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우대금리가 들어가면서 상대적으로 신용점수가 낮은 분들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소비자들의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지난해 정부가 나서 가계대출을 규제하던 시기에 고신용자와 중저신용자 사이에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난 적은 있다”며 “그러나 최근 개별 은행들의 금리 상황을 살펴보면 ‘높은 신용, 낮은 대출금리’ 공식이 거의 지켜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용이 좋은 사람이 대출 금리가 높은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내부 신용평가모델에 따라 금리 산정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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