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운전면허 없이 일명 ‘사발이’를 도로에서 운전한 혐의를 받는 80대 노인에게 대법원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사발이는 ‘농업 기계’로 취급받아 자동차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다.
| 일명 ‘사발이’.(사진=픽사베이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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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 운전) 등 혐의로 기소된 A(87)씨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5년 9월 경남 사천시의 한 마을 도로에서 운전면허 없이 1007cc 무등록 이륜자동차(사발이)를 운전해 전방에 정차해 있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사고를 낸 혐의를 받는다.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피해자는 바닥에 넘어져 약 2주 간의 치료가 필요한 뇌진탕 등의 상해를 입었다. A씨는 지난 2016년 3월에 면허 없이 사발이를 운전한 혐의도 받는다.
1심은 A씨가 운전한 사발이가 자동차에 해당하지 않아 범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차량은 농업기계화법상 농업용 동력 운반차에 해당한다”며 “이 농업용 동력 운반차는 농업 기계에 해당해 도로교통법상의 규제 대상인 자동차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A씨가 낸 교통사고 혐의에 대해서도 오히려 오토바이가 A씨의 사발이를 추돌했다고 볼 수 있다며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교통사고에 대해선 1심과 같은 판단을 했지만, 사발이가 자동차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뒤집어 유죄 취지로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차량은 농업기계화법에서 정한 농업 기계로서 농업용 동력 운반차에 해당하지만, 구 자동차관리법 등에서 정한 ‘중소형·다목적형 승용 자동차’로 볼 수 있는 이상 구 도로교통법 무면허 운전 처벌 규정의 적용 대상인 자동차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판결은 대법원에서 또 다시 뒤집어졌다.
대법원은 “구 자동차관리법상 농업기계화법에 따른 농업 기계는 자동차에서 제외된다”며 “무면허 운전 처벌 규정 적용 대상인 구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자동차는 구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로, 농업기계화법에 따른 농업 기계인 이 사건 차량은 자동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