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왜 벤츠에서 내려?"[그래서 어쩌라고]

사치품으로 여긴 수입차, 청렴 요구되는 공직 사회서 기피
수입차 대중화하며 인식 변해 '공무원 차는 국산차' 옛말
다만 여전한 일부의 따가운 시선.."외제차 미화원 해고하라"
  • 등록 2023-06-05 오후 2:04:11

    수정 2023-06-05 오후 2:04:11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독일 수입차를 타는 공무원은 공무 수행 능력이 못 미더울까.’

전혀 상관이 없을 법한 시선이지만 공직사회에서 수입차를 대하는 자세는 유독 경직돼 있다. 수입차가 대중화하면서 ‘공무원 차는 국산차’라는 인식도 바뀌는 추세이지만, ‘수입차 타는 공무원’은 여전히 민원의 대상으로 거론된다.

(사진=게티이미지)
5일 관보를 보면, 지난달 26일 재산을 공개한 정부 소속 고위공직자 19명은 수입차 27대를 소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수입차 오너는 전체 신고 대상자(82명) 가운데 다섯에 하나 이상(23%)에 해당하고, 전체 신고 차량(130대) 중에 열에 한대 이상(12%)이 수입차였다. 고위 공무원 사이에서도 수입차가 대중화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과거와 비교하면 공직사회에서 수입차를 대하는 자세가 유연해졌다는 게 관가의 설명이다. 공무원 차량은 ‘2000cc 이하 국산차’가 정도가 기준으로 통하던 시기가 있었다. 이런 이유에서 고위 공직자가 수입차를 리스 차량으로 이용함으로써 재산 신고를 피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러니 고위 공무원 이하 공직자가 수입차를 타려면 따가운 시선을 감수해야 하는 게 분위기였다.

물론 공무원 복무규정에 수입차를 타지 말라는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입차는 사치품이라는 국민감정을 무시하지는 못했다. 상대적으로 박봉의 공무원 봉급으로 고가의 수입차를 구매·유지하는 데 대한 시선도 곱지 않았다. 원래 ‘금수저’ 공무원이어도 이런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었다.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무하는 한 공직자는 “2000년대 공직 생활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지위가 높고 낮고를 떠나 수입차를 타는 공직자를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시대상이 청렴과 검소함이었기에 그러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수입차가 대중화하면서 이런 인식도 바뀌는 추세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세기만 해도 1% 미만이었다. 2002년 1% 벽이 깨지고 2007년 5%, 2012년 10%를 거쳐 지난해 19.6%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도로를 달리는 차량 다섯에 하나가 수입차일 정도로 대중화하면서 공직 사회에서 수입차를 대하는 자세도 전보다 유연해졌다는 것이다. 지자체 소속으로 수입차를 타는 중견 공무원은 “처음에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차를 출퇴근용으로 쓰지 않기도 했지만 지금은 개의치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기관장을 비롯해 상급자보다 비싼 차량을 타는 것을 피했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며 “이런 인식 전환도 수입차 장벽을 허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수입차를 타는 공무원을 대하는 시선이 따가운 건 현실이다. 지난해 한 지자체 환경미화원이 독일제 BMW 차량을 타는 것으로 알려지자 “해고하라”는 민원이 소속 구청에 접수된 게 사례다. 이 미화원은 투자로 수십억 원 이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구청은 미화원에게 주의 조처를 내리고 인사이동을 단행했다. 당시 해당 미화원은 구청의 조처에 대해 “자산이 많으면 해고당해야 하는가”라고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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