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반성과 사과` 사면 조건에 "비겁하고 잔인"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국민의힘은 3일 더불어민주당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의 전제 조건으로 `반성과 사과`를 내걸자 비겁하고 잔인한 정치 행태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배준영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전직 대통령들의 사면 문제를 깃털처럼 가볍게 여기는 모습이 과연 정상인가”라며 민주당과 이낙연 대표를 성토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친이(친 이명박)·친박(친 박근혜)계 의원들은 `비겁한 정치인` `벌써 레임덕` 등 원색적 표현을 동원해 이 대표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박대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면론은 문재인 대통령의 몫`이란 글에서 “새해 벽두부터 사면론을 꺼내들더니 거센 내부 반발에 포기인지, 유보인지 알 듯 모를 듯한 입장을 내놓았다”면서 “엉뚱하게 `반성` 조건을 내걸며 감옥에서 고초를 겪고 있는 두 분에게 공을 떠넘기면서. 비겁하고 잔인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면은 정치적 거래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통합을 위한 결단의 문제”라면서 “결국은 문재인 대통령의 몫이고 숙제다. 늦으면 늦을수록 정치적인 부담만 가중될 뿐”이라고 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장제원 의원은 “집권당 대표의 깃털처럼 가벼운 말과 행동에 낯이 뜨거울 지경”이라면서 “청와대와 교감없이 한번 던져 본 거라면 집권당 대표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고, 청와대와 교감을 가지고 던졌는데도 당내 이견을 조율하지 못했다면 레임덕에 빠졌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정의당은 유감을 표명했다.

장태수 대변인은 논평에서 “특별사면을 개인의 정치적 결단 또는 정권재창출을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생각하는 태도는 헌법의 특별사면권을 국가공권력이 아닌 통치수단으로 보는 것”이라며 “사법부 재판권을 침해하는 예외적인 조치라는 점에서 더 많은 토론과 논쟁을 통해 시민들의 더 많은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차적 정당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낙연 대표는 이날 오후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면 논란과 관련해 “국민의 공감대와 당사자들의 반성이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앞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입장을 정리했다고 최인호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특히 이 대표의 사면 제안에 대한 당원들의 반발과 관련해서는 “이 대표의 발언은 국민 통합을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했다”고 파문 진화에 나섰다. 아울러 “우리는 `촛불 정신`을 받들어 개혁과 통합을 함께 추진한다는데 공감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