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감형 막겠다"…합의 거부하고 손배訴 거는 피해자들

가해자 감형 막으려 형사사건 합의없이 민사소송
법원, 정신적 피해 배상액 통상 수천만원 책정
'배상액 적다' 목소리…징벌적 손배제 필요성도
  • 등록 2022-12-12 오전 11:34:07

    수정 2022-12-12 오전 11:34:07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 중 가해자와의 합의를 거부하고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형사재판에서 합의가 이뤄질 경우 가해자의 처벌 수위가 대폭 약해지는 걸 막아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게 하겠다는 의도다.

그렇다면 성폭력 피해자들이 형사재판에서 가해자와 합의하지 않고,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했을 때 받은 배상액은 얼마일까.

성폭력 피해자의 사적 복수를 소재로 한 영화 ‘어떤살인’ 스틸컷.(사진=㈜컨텐츠온미디어, 전망좋은영화사)
법원은 성폭력 범죄와 관련해 가해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다. 범죄 피해자는 물론 피해자 가족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위자료)이 인정되는 경우도 많다. 손해배상 책정에서 ‘일실수입’도 고려된다. 일실수입은 사고 발생으로 당사자가 잃게 된 소득을 의미한다.

또래 여고생을 성폭행하고 이를 불법촬영해 징역 4년형이 확정된 인천의 10대 남학생과 그 가족은 피해자 자살에 대한 책임까지 인정돼 수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가해자 가족은 사망 원인엔 다른 요인도 있다며 책임을 20%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책임의 한도를 80%로 판결했다. 그러면서 일실수입에 가족과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 1억 4000만원을 더해 배상액을 5억 6000만원으로 결정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이 책정한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는 7000만원에 불과했다.

징역 30년 범죄자, 배상금 1억 불과…일실수입 반영도 소극적

이 사건은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경우라 일실수입이 비교적 높게 책정됐지만 대부분 사건에서 일실수입은 책정되지 않거나 더해지더라도 일을 하지 못했던 기간에 한해 수십만에서 수백만원 정도만 추가되는 수준이다. 대부분 사건의 경우 배상액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액인 ‘위자료’와 병원비 등 실질 피해액 합계로만 산정되는 것이다.

죄질이 매우 불량해 중형이 선고된 사건 역시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도 위자료는 1억원을 넘지 않았다. 부산에서 직장동료의 딸을 만 7세 무렵부터 10년 넘게, 수백 회에 걸쳐 강간 등 성폭력을 가하고 이를 촬영해 법원에서 징역 30년이 확정된 중년남성의 경우도 책정된 위자료는 1억원이었다. 법원은 “피해자가 어린 나이에 범행을 당해 평생 회복하기 어려운 육체적·정신적 고통과 성적 수치심의 피해를 입었다”고 위자료 책정 배경을 설명했다.

다수 강간 사건의 경우엔 3000만원 안팎에서 배상액이 결정된다. 경기 김포에서 만취한 중학교 동창 여성을 모텔로 데려가 유사강간 범행을 저질러 법원에서 징역 1년 8월이 확정된 10대 후반의 남성도 피해자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3000만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에 위치한 정의의 여신상. (사진=이데일리DB)
피해자 본인은 물론 가족에 대한 배상 책임이 함께 인정되기도 한다. 성남에서 여자친구의 세 살 딸의 중요부위를 만지고 여자친구를 폭행·협박해 형사재판에서 징역 4년 6월이 확정된 남성의 경우 피해자 가족 전체에 대한 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피해 가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은 피해 아동에 대해선 1000만원, 여자친구 2200만원, 여자친구 모친 500만원, 피해아동 친부에게 100만원을 각각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추행이나 불법촬영 범죄의 경우도 배상액은 수천만원 안팎으로 책정된다. 사귀던 여자친구와의 성관계 장면을 몰래 찍고 이를 유포해 군사법원에서 징역 6월 판결을 받은 20대 남성의 경우, 전 여자친구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위자료 3000만원에 더해 전 여자친구의 심리치료비까지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충남 서산의 한 식당 주방장이었던 남성은 20대 식당 종업원을 강제로 끌어안거나 엉덩이를 만지는 방식으로 수차례 성추행을 해 법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받았다. 그는 피해자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2000만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소년범죄, 가족도 공동책임…남성 피해자도 배상 가능

소년범죄의 경우도 배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법적 보호자인 부모가 공동 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서울 강남 한 학원의 화장실에서 불법촬영을 하다 적발된 한 남학생의 경우 검찰 판단으로 기소 대신 가정법원에서 보호처분 결정을 받았다. 큰 충격을 받은 피해 여학생과 부모는 해당 남학생과 부친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가해 학생과 부친이 위자료와 병원 치료비 등을 합쳐 총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포에서 고교 동창의 얼굴을 음란물과 합성해 음란물 사이트에 올려 유포시켜 법원에서 징역 1년 2월이 확정된 10대 후반 남성의 경우, 피해자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1000만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피해자는 위자료가 너무 적다며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남성에 대한 성폭력도 배상 측면에선 큰 차이가 없다. 춘천의 한 육군 부대에서 군복무를 한 20대 남성은 군복무 중 후임병의 성기를 치는 방식으로 성추행을 가해 전역 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후임병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별도로 제기했고, 법원은 1500만원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특히 법원은 배상 액수를 책정하며 형사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하던 가해자가 피해자를 증인으로 세운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범죄 피해자들이 겪는 충격에 비해 책정된 위자료가 너무 적다는 평가가 법조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겪는 트라우마를 고려할 때 위자료 산정액이 너무 적다”며 “사회적 논의를 통해 범죄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를 대폭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성폭력 사건을 포함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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