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씨가 직장에서 몇 분 차이로 지각한 날, 상사는 “부모랑 같이 사는데, 네 엄마가 너를 왜 안 깨워줬느냐”며 “너희 엄마 왜 그러냐”고 갑자기 이씨의 어머니를 비난했다. 오랜 기간 상사에게 욕설과 조롱에 이어 부모를 욕하는 발언마저 들은 이씨는 일하는 게 너무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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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에도 여전히 많은 직장인이 모욕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평소 일반적으로 금기시되는 부모나 조상 욕을 직장 상사에게 들은 직장인은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다가 직장까지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부모나 조상을 대상으로 하는 욕은 금기 중의 금기로, 누구도 함부로 하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직장 상사들은 직원에게 부모를 모욕하는 폭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부모·조상을 욕하는 직장 상사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물론,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체에 제보한 직장인들은 주로 ‘가정교육’이라는 단어를 꺼내며 부모를 욕되게 하는 직장 상사들의 발언에 상처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가정교육을 잘못 받아서 인성에 문제가 있는 XX”라는 폭언부터 “집에서 오냐오냐 커서 버릇이 없다”는 조롱까지 다양한 모욕적 발언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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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는 부모와 조상을 욕하는 직장 상사의 행위는 근로기준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 76조의2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체는 “당사자에게 욕을 하거나 모욕을 주는 것도 직장 내 괴롭힘인데, 부모 욕을 하는 건 더 말할 것도 없다”며 “사람들 앞에서 공연히 모욕하면 ‘모욕죄’로,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면 ‘명예훼손죄’로 직장 상사를 고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변호사)는 “무엇보다도 증거가 중요한데 증거를 모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회사나 노동청에 신고할 수 있고,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로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다”며 “모욕죄는 6개월 안에 고소해야 하므로, 모욕을 당하고 증거를 수집했다면 가능한 한 빨리 고소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