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 “태현아, 119 부르자” 회유했지만…무참히 살해한 김태현

‘세 모녀 살해’ 김태현 2차 공판…범행 당일 행적 드러나
김씨 팔 상처 본 큰딸, 회유 시도했으나 살해
“동생·어머니는 살인 의도 없었다” 기존 입장 고수
  • 등록 2021-06-30 오전 9:52:55

    수정 2021-06-30 오전 9:52:55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서울 노원구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태현(25)이 피해자인 큰딸 A씨와 범행 당일 나눈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집에 도착해 김씨 팔의 상처를 본 A씨는 ‘119를 부르자’며 상황을 모면하려 했으나, 김씨가 가지 않겠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A씨를 무참히 살해했다.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4월9일 오전 서울 창동 도봉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지난 29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오권철 부장판사) 심리로 김씨의 1심 2차 공판이 열렸다. 이날 공판에서 김씨의 범행 당일 구체적인 행적이 드러났다. 검찰은 진술조서, 발생보고서 등 약 130개의 증거를 내놓으며 김씨의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설명했다.

이날 범행 당시 A씨와 김씨가 나눈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김씨는 범행 당일인 지난 3월23일 살인의 목적을 품고 A씨 거주지를 찾았다. A씨는 오후 11시30분이 다 돼 집에 도착했고, 당시 김씨는 피해자의 집 안에서 A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동생과 어머니를 차례로 살해한 상태였다. 김씨는 집 안에 들어온 A씨 손에 쥐어져 있던 휴대전화를 빼앗았다.

A씨는 당시 김씨를 알아보고 “태현이니”라고 물어본 뒤 그의 팔에 생긴 상처를 발견했다. 이는 A씨 집에 돌아오기 전 A씨 어머니를 살해하며 생긴 것이었다.

검찰 측은 당시 A씨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119를 부르자”며 김씨를 회유했지만, 김씨가 가지 않겠다고 버텼다고 설명했다.

또 A씨는 “흉기는 왜 들고 있냐”, “가족들은 어딨냐”고 질문했으나 김씨는 묵묵부답이었다. 이후 A씨가 김씨를 밀어 넘어뜨리는 등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김씨가 A씨를 살해했다. 그 후 김씨는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A씨 휴대전화에 있던 대화내용 및 지인들 연락처를 지웠다.

김씨는 A씨를 살해하기 위해 A씨가 출근하지 않는 날을 미리 파악해 범행 날짜를 골랐고, 인터넷을 통해 급소를 검색한 사실을 인정했다.

김태현이 4월9일 오전 서울 창동 도봉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앞서 무릎을 꿇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하지만 이번 재판에서도 김씨는 여동생과 어머니는 살인할 의도가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씨는 범행 당일 오후 5시35분께 퀵서비스 기사로 가장해 A씨의 집에 침입했다. 당시 A씨의 여동생 B씨가 집에 있었고, 김씨는 B씨를 먼저 살해했다. 뒤이어 오후 10시께 귀가한 A씨의 어머니도 살해했다.

김씨는 심리분석 결과를 근거로 들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김씨 측 법률대리인은 “심리분석 결과 피해자 가족을 모두 살해하고자 사전에 계획한 사실은 없다는 김씨의 진술은 거짓이 아니라고 판단됐다”고 말했다.

이어 “청테이프를 준비한 건 가족들 살해가 아닌 제압을 위한 목적”이라며 “김씨가 범행 현장에 도착해 B씨를 1시간 가까이 살해하지 않다가 B씨가 반항해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애초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를 살해하는 데 필요하다면 가족들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피해자 거주지로 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에 송치된 후 진행된 피의자 신문에서는 계획적 범행이 아닌 우발적 살인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에 대해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병원 퇴원 후 몸이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조사를 받다 보니 빨리 끝내고 싶어 경찰의 질문에 ‘네네’라고 답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김씨는 온라인게임에서 만난 A씨가 연락을 거부한다며 스토킹하다가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의 다음 공판은 오는 7월19일 열릴 예정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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