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결국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저는 안 돌아갑니다.”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내린 현장복귀 명령을 해제하고 사직서를 각 병원장이 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4일 오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자,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3일 대전협 내부에 이같이 글을 올렸다.
| 박단(오른쪽 첫번째) 대한전공의협회장(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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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9~20일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며 병원에 사직서를 내고 단체로 의료현장을 떠났다.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필수의료 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 사직서 수리금지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100일이 지났음에도 복귀 전공의는 10%로도 되지 않는다. 정부는 이번엔 초강수로 병원장에게 재량권을 줘서 전공의들의 복귀를 독려키로 했다. 병원장들은 전공의 상담을 통해서 가능하면 복귀하도록 설득하고, 여러 사정으로 더는 수련을 할 수 없다고 하는 부분에 대해선 사직 처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직이 현실화하자 전공의들은 동요하고 있다. 그동안 전공의들은 정부 명령이 직업 선택의 자유, 강제노역하지 않을 권리 등 헌법과 법률에 따라 보장된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이라며 조속한 사직 처리를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의 결심에 다시 의료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게 아니냐며 이곳 저곳에 자문을 구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이런 동요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저도 마찬가지지만 애초에 다들 사직서 수리될 각오로 나오지 않았나”라며 “사직서 쓰던 그 마음 저는 아직 생생하다.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으로 지금까지 유보됐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2월 20일. 딱 일주일을 외쳤던 그날 다들 기억하느냐”며 “이런 전례가 없었다. 그렇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할 수 있지 않나. 그리고 해야 한다. 힘내자. (의대) 학생들도 우리만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 비대위원장은 “지금까지 언제나 어느 순간에도 떳떳하고 당당하다”며 “부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럽지 않은, 그런 한 해를 만들어 보자. 다시 또 일주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