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들썩인다. 아파트뿐 아니라 땅값까지 말 그대로 ‘부동산’이 널뛰기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운대구, 수영구 등 동부산 집값이 크게 올랐다면 이제는 사하구, 강서구 등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서부산 부동산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가덕도신공항 추진설(說)만 돌았을 뿐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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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 발표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가덕도신공항이 대체부지로 급부상하면서 부산 강서구 등 인근 부동산이 호가가 크게 오르는 분위기다.
강서구 명지신도시 대단지 아파트 명지더에듀팰리스부영(2019년2월 준공·1210가구)은 전용면적 136㎡ 기준 최근 호가가 실거래가 대비 일주일새 4억원이 뛰었다. 지난 14일 8억6000만원(10층)에 거래됐지만 현재 12억5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단지 내 M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가덕도신공항 호재 때문에 투자 문의가 많이 들어오자 집주인들이 호가를 크게 올렸다”며 “지금은 입주물이 한 건 남은 데다 주변 공급물량이 없어 가격이 더 오를 것 같다”고 했다.
명지신도시에서 5년째 거주하는 김 모(35·여)씨는 “우리집도 그렇고 명지 전체가 난리다. 이곳이 가덕도 신공항 호재에다가 비규제지역이라서 서울 사람들이 와서 집값 다 올려놨다고 한다”며 “이런 모습은 이사 온 이후 처음이라 집값이 미친 것 같다”고 했다.
명지신도시에서 직선거리 3.5㎞ 떨어진 사하구 집값도 큰 폭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사하구는 부산 도심과는 명시신도시보다 더 가깝지만 가덕도보다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이곳까지 여파를 투자 열기가 미쳤다.
사하구 하단동의 C공인은 “부산이 조정지역으로 묶였지만 강서구나 사하구는 예외지역인데다 해운대 등 동부산보다 가격대가 크게 저렴하고 최근 신공항 호재까지 겹치면서 투자 문의가 많이 온다”며 “이전보다 2, 3배 정도는 문의가 더 많이 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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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도 활황이다. 가덕도 내 H공인은 “이곳은 농지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최근 지역민뿐 아니라 서울 등 전국에서 투자 문의가 많다”며 “땅값이라는 게 부르는 게 값이지만 신공항 발표 전보다 지주들이 2, 3배 이상은 값을 더 부르는 상황이어서 거래가 이뤄진 것은 없다”고 했다.
법원경매 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가덕도 인근 거제시의 토지 낙찰률과 낙찰가율은 지난달 모두 전달 대비 상승했다. 지난 10월 토지 낙찰률은 30.38%로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낙찰가율도 60.67%로 집계됐다. 이는 8월 49.92%, 9월 56.94%에 이은 상승세다.
상황이 이렇자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선규제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가변동률을 항상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원론적으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은 개발 지역에 과열이 나타날 시 필요시 지정할 수 있다”며 “주택은 정량, 정성적 요건이 필요하지만 허가구역 지정은 정성적, 정책적 판단으로도 적용할 수 있어 선제적 규제가 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