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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크는 지난 11일(현지 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코로나19 경구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긴급사용승인(EUA)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머크는 지난 1일 77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중간결과에서 몰누피라비르 복용 환자는 위약군 대비 입원률이 약 50% 감소했고 사망자는 없었다고 발표했다.
물누피라비르, 美FDA 코로나 치료제 개발지침에 부합
전문가들은 물누피라비르가 코로나19 표준 치료제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물누피라비르가 지난해 5월 미국 FDA 산하 약물평가연구센터(CDER) 및 생물학제제평가연구센터(CBER)에서 내놓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지침에 대부분 부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침은 사망률(생존자 비율), 회복기간, 입원율 등을 코로나19 치료제 효과성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또 항바이러스 기능 및 면역조절 기능을 활성화하는 치료제로 못 박고 있다.
김호민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항체가 결합해야 할 에피토프에 돌연변이가 생길 경우 항체와 바이러스 간 결합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방지환 국립중앙의료원 센터장은 항체 특성상 변이 바이러스와 애매하게 결합할 경우 오히려 세포 침투와 증식을 도울 수 있다는 견해를 내기도 했다.
반면 항바이러스제는 리보핵산(RNA)에 오류를 주입해 바러스의 자가 복제(증식)를 막도록 설계됐다. 항바이러스제는 에피토프와 직접 결합하지 않기 때문에 변이에 상관없이 높은 효능을 유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항체치료제는 변이 바이러스 효능 논란과 함께 알약 치료제 등장으로 기대감이 많이 떨어진 것도 변이 대응력 차이가 반영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머크·로슈·화이자가 글로벌 코로나 치료제 3분할 전망
현재 화이자, 로슈도 경구용 코로나19 항바이러스 치료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이들 치료제 작용 기전은 물누피라비르와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치료제 개발 업체들은 사면초가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물누피라비르가 FDA에서 승인되면 코로나19 표준 치료제로 발돋움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이를 바꿔 말하면 코로나 치료제 개발사들은 물누피라비르와 비교해 효능, 안전성, 편의성, 가격 등에서 비열등(동등) 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기 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워졌다”고 내다봤다.
통상 임상 1상이 안전성, 2상이 유효성을 증명되면 3상에선 현재 사용 중인 표준 치료법과 비교해 임상을 진행한다. 이렇게 되면 향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서 ‘신약을 사용하는 군(대조군)’과 ‘몰누피라비르(표준 치료제)를 사용하는 군(비교군)’의 임상이 이뤄진다. 후발 코로나19 치료제는 물누피라비르 대비 환자 생존률 향상이나 입원률 감소 등에서 더 나은 실적을 보여야 신약 허가에 중요 기준이 된다.
현재 국내에선 신풍제약, 종근당, 크리스탈지노믹스, 대웅제약, 제넥신, 동화약품, 이뮨메드, 녹십자웰빙,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진원생명과학, 엔지켐생명과학 등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중 대웅제약과 진원생명과학은 경구제로,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흡입제로 개발 중이다. 나머지는 정맥주사이거나 근육주사다. 작용기전은 항체 치료제 또는 면역 치료제가 대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