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외국인이 돌아왔다…6만전자 탈출 신호?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삼성전자가 2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달했다는 가능성이 나오며 투자 심리가 개선되자 외국인과 기관이 주도적으로 매수에 나서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

삼성전자 로고. (사진=뉴시스)

3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전거래일 대비 1.8% 상승한 6만77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27일에 이어 2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이달 들어 이틀 연속 상승한 경우는 이달 3~4일, 17~18일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이날 삼성전자를 집중 매수한 것은 외국인과 기관이었다. 외국인은 1080억원 순매수했다. 기관도 820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개인은 1890억원 순매도했다. 개인이 매도한 물량을 외국인과 기관이 받아낸 셈이다.

이날 외국인이 주도적으로 삼성전자를 매입한 것은 매크로(거시경제) 환경이 개선되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직전 거래일 미국에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지수 상승폭이 2개월 연속 둔화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자 국내 증시에서도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났다. 여기에 엔비디아에 대해 매력적인 매수 구간이라는 내용의 크레디트스위스(CS)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반도체 관련 종목 전반이 호조세를 보인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역시 4.03% 뛴 3115.35를 기록한 바 있다.

증권가에선 최근 여러 악재가 일시에 터지면서 삼성전자 주가가 저가 매수하기에 매력적인 구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데이터센터업체의 오더컷(주문 축소) 루머를 비롯해 경기 침체에 따른 반도체 수요 감소 등을 이유로 6만5000원대까지 주가가 하락했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중국 데이터센터업체의 오더 축소 루머, 엔비디아의 2분기 매출 가이던스 실망, 삼성전자의 올해 스마트폰 판매 예상 플랫(Flat) 등 한꺼번에 악재가 터져 나왔다”며 “상상할 수 있는 부정적 변수는 거의 다 나왔다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반도체 업체들의 보수적인 투자 기조도 메모리 반도체 수급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000660), 마이크론 테크놀러지의 합산 신규 생산능력(Capa) 투자규모가 전년 대비 40% 감소하면서 공급이 둔화함에 따라 분기 실적이 지속 성장할 여건이 갖춰졌다는 분석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리 상승, 유럽 전쟁 등 불안정한 매크로 상황이 역설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급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14㎚ D램, 176단 낸드 최신 노드의 생산 난도가 극히 높아져 업체들의 양산 속도가 과거 대비 느려진 점도 공급 둔화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 가격이 하반기에 한자릿수 하락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하반기 추정 컨센서스 영업이익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할 요인 중 하나다. 따라서 단기 주가 상승 여력이 확실해지기 위해서는 의미 있는 상승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장열 연구원은 “단기 주가 상승 여력이 확실히 높아지기에는 매크로 포함 여러 불확실성이 해소될 조짐이 뚜렷해져야 한다”며 “자체적으로 의미 있는 인수합병(M&A), 파운드리 선단공정 완전한 양산수율 및 메이저 팹리스(Major Fabless) 고객 확보 소식 등이 필요하다”고 짚었다.